이경선 기고 / 딸아이와 캠프를 다녀와서

▲ 이경선씨는 “딸아이에게 잘해주고 싶지만 마음뿐”이라며 딸 예림(사진)에 대한 애틋한 아버지의 정을 이 글에 담았다.

일과 학업, 강의, 사회활동까지. 정신없이 뛰어온 지난 14년여의 세월이 아득합니다. 그럼에도 결혼을 하고 감격스럽게도 첫 딸 아이를 얻은 것, 아이가 귀엽고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볼 때면, 수시로 하느님, 부처님, 조상님께 감사한 마음이 솟아납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행동은 따라주질 않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는 딸아이에겐 아빠는 늘 잠든 후에나 오는 사람, 집에서도 일거리에 묻혀 있는 사람으로 보일 뿐입니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조를 때도 ‘응. 좀 있다가’ 하고 미루기만 하는 것이 아빠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곱고 맑게, 또 밝게 자라는 모습이 애틋하고 너무 미안합니다.

아카시아 향이 땅위로 물들어가던 지난 5월, 꿈나래 어린이집에서 아빠캠프가 있었습니다. 변변한 준비도 없이 대강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의무감에 못이긴 발걸음이기도 했습니다. 딸아이가 ‘이리 놀자, 저리 놀자’하는데, 머쓱한 마음에 제대로 응해주지도 못했습니다.
겨우 한 것이라고는 잠든 아이가 추울 새라 이불이며 옷이며 이것저것 겹겹으로 덮어 재운 것뿐이었습니다. 밤기운이 은근 알싸하니 추웠기 때문이지요. 등산을 즐기던 학창시절엔 야전 요리도 곧잘 했는데, 손을 놓은 지 오래라 이제는 요리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삭막한 도회지가 아닌 이곳 파주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인데, 다른 아빠들과도 허심탄회한 소통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몇 가지 소중한 것들을 새삼 듣고 얻어갑니다.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는 딸아이, 예리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제 나름대로의 작지만 아기자기한 세상이 형성되어 있음을 말입니다. 그리고 파주의 밤하늘, 바람, 풀 냄새와 나뭇잎소리를 느낍니다. 저마다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웃 아빠 분들의 이야기에서 연민을 갖기도 또 동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곤 철학을 가진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를 봅니다. 책임감으로 내려앉은 저의 어깨는 무겁지만, 그 무게가 사실은 행복의 무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없이 소중한 예리, 그리고 둘째 예학이와 함께, 이젠 파주 혹은 전국 곳곳으로. 선한 풍경들을 찾아 캠핑 길을 나설까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 아기들에게,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변치 않는 그것. ‘한없이 사랑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주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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