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널스 Thankyou Nurse

땡큐널스 Thankyou Nurse

시어머니에게 띄우는 감사

-하나,

시어머님 가신 지 어느덧 십삼년이 되었습니다. 하필이면 윤달에 돌아가셔서 기일도 양력으로 지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복사꽃 흐드러진 산마루에 어머님 홀로 두고 오던 그날, 날은 또 왜 그리도 좋던지….

가신 길 잊지 않고 되짚어 잘 찾아오시겠지요. 어머님 오시길 문 열어놓고 기다리며 정성스레 상을 차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둘,

올해도 어머님 드실 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노오란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마지막 순간까지 찾으셨는데 이른 봄날,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아도 복숭아가 있을 리 만무하여 그것 한 조각 드시지 못한 채 가셨습니다.

커다란 복숭아 하나 손에 들고 연한 껍질을 살짝 벗겨서는 하이얀 속살을 한입 베어 물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이생에 있어 때때마다 원하는 걸 찾아 먹는데 어머니는 천상에서 그렇게도 소원하시던 복숭아를 양껏 드시고 계신지 알 길이 없습니다.

잘해드리지 못해서 고마워할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보다 맏며느리를 귀하게 여기며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 씨 집안에 시집와서 어머니를 만난 큰 복에 감사합니다.

-셋,

금지옥엽으로 키워주신 손자는 멀리 백령도에 있습니다. 어머니 가실 때 겨우 9살이었는데 어느 새 나라를 지키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보고 계시지요. 어머니 장례식 때, 구석에서 자다 깨서는 “할머니!”를 찾으며 울고 밥 먹다가도 오줌 누다가도 울고 영정 사진 앞에서 내내 할머니만 부르며 세상 무너진 듯 통곡하던 아이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손발이 닳도록 키워주신 것을 아는가 봅니다.

세상천지 하나밖에 없는 손자가 할머니 기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니 감사합니다.

행여 빠진 게 있을까 염려하여 무엇을 준비했는지 캐물으며 살뜰히 챙기니 감사합니다.

어머니께서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주신 덕분에 따스한 아이로 자랐으니 감사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지난 174호에 실렸던 시 ‘울어머니 가셨네’에 대한 5감사입니다. 이번호부터 ‘땡큐널스Thankyou Nurse’로 칼럼명을 변경합니다.(편집자 주)

김현숙 컨설턴트는 대한민국 제1호 T.N(감사간호사)로서 감사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23년차 간호사로 오랜 시간, 임상에서 환자의 신체를 케어하는 일을 하다가 감사를 만난 후 현재는 전국을 다니며 감사쓰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케어하는 일(행복강의, 100감사쓰기 체험, 인성교육, 학부모교육 등)을 하고 있다. 강의 문의 010-2543-0585 diafana@naver.com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