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수용하는 독서토론모임의 장점들

나의 ‘오만과 편견’을 깨고 싶지 않습니까?
다양성을 수용하는 독서토론모임의 장점들

독서토론모임을 하기 위해 마련한 독서노트(좌), 감동 문구 필사. 아울러 쪽수와 토론거리를 적어 놓으면 토론 효과가 극대화된다(우).

어둠이 짙게 내리고 강추위가 사방을 옥죄는 시간, 7~8명의 사람들이 한 도서관 지하로 몰려들었다. 가방에서 두툼한 책을 꺼내고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은 ‘오만과 편견’입니다. 559쪽에 이르는 책을 일주일 동안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책이 어땠는지 간단히 말하고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토론자들의 한 줄 서평 혹은 짧은 소감들이 오고갔다.

“편견을 깨기 위해 세 번째 읽었는데 아직도 편견이 가득한 저를 보며 놀랐습니다.”(50대)

“이 책에 나오는 100년 전의 패턴이 여전히 우리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작가들이 너무 게으른 것 같습니다.”(40대)

“사춘기 소녀들이 보는 책인 줄 알고 읽지 않았는데 토론 모임 때문에 억지로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 책을 고전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50대)

“맞아요. 대화로 툭툭 이어지고, 영국 상황이라 그런지 이해도 어려웠고 감동도 없었습니다.”(60대)

“저는 고등학교 때 읽었고 이번에 또 읽었는데 역시 감동입니다. 100년이 흘렀어도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30대)

크게 책이 감동적이었다는 쪽, 별로라는 쪽, 잘 모르겠다는 쪽으로 나뉘어 책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주인공의 행동거지와 심리상태를 들여다보고, 19세기 영국 상황을 파악해보고, 작가의 의도를 헤아려보고, 그것들이 나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토론하는 동안 2시간은 훌쩍 넘어갔다.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다시 털어놓았다. 생각이 바뀐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만은 확인했다.

내게 소중하지 않은 책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책이었구나! 즉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생겼다.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다. 자칫 저자의 의도와 책의 내용을 성급하게 일반화시켜 오독(誤讀)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개인의 논리는 완성되지만 다른 논리는 수용하지 못하는 배타적인 사고의 소유자가 될 수도 있다. 생각의 융합과 통섭이 요구되는 협력사회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2015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3명당 1명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독서량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 과정에서 독서가들은 더 나은 독서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독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이 ‘독서토론모임’이다.

도서평론가 이권우는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에서 “토론하려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 보내기 위해 읽을 때나 숙제를 위해 읽을 때나 교양을 쌓기 위해 읽을 때와는 다른 독서법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즉 천천히 꼼꼼히 하나하나 짚어가며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생각을 말로 표현해야 하니까 말이다.

또한,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젠, 함께 읽기다’를 보면,

“디베이트가 주로 제시된 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임의로 나눠 토론을 진행하는 대화식 토론이라면, 독서토론은 책 속의 이슈를 논제로 발제하고 이를 통해 토론 참여자들이 책을 더 깊이 있게 읽고 입체적인 독서를 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즉 독서토론모임은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는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재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라고 말한다.

이에 격분한 엘리자베스였지만, 그녀는 결국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를 맞아들인다.

독서토론모임의 가장 큰 장점, 나의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나와 너를 인정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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