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노래와 김광식 교수의 철학이 빚어내는 행복의 향연

“슬픔으로 슬픔을, 생각으로 생각을 치유한다”
김광석의 노래와 김광식 교수의 철학이 빚어내는 행복의 향연

서울대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김광식 교수는 어느 날 우연히 다음과 같은 노래를 들었다.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 노래를 듣던 중 그는 직업병처럼 하이데거 철학을 떠올렸다. 이 노랫말이 하이데거 철학의 핵심이라고 이해했다.

그 뒤 그는 김광석의 노래에 빠져들었고, 급기야는 김광석 노래와 철학을 연계시키는 ‘음악과 철학이 만나는 행복콘서트’ 강의를 열었다. 인기는 폭발적이었고, 학교 밖 공중파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3분만 들으면 행복해지는 노래와 몇날 며칠을 읽어도 골치만 아플 것 같은 철학이 어울려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것도 슬픈 가사와 멜로디가 주조를 이루는 김광석의 노래에서 말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몸의 아픔을 고치지 못하는 의술이 소용없듯이,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는 철학은 아무 소용없다”라고 했다.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김광식 교수는 자신의 책 ‘김광석과 철학하기’에서

“왜 김광석인가? 슬프니까. 슬퍼서 오히려 마음속 슬픔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슬픔이 슬픔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슬픈 노래를 생뚱맞게 행복을 위한 철학과 엮는가? 행복을 위한 철학은 불행한 이들을 위한 철학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이들은 행복을 위한 철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행복하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행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김광석 노래에 담긴 슬픔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뿌리 깊은 불행을 만난다. 철학이 오랫동안 파헤쳐왔던 그 뿌리 깊은 불행을. 철학은 궁극의 학문이다. 철학은 마음속 불행의 뿌리를 깊이 파헤쳐 치유를 시도한다”며 우리를 슬픔에서 행복으로 길어 올린다.

그 어렵다는 철학에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고 슬픈 영화처럼 자연스레 우리 곁에 다가왔다가 마음속 응어리를 거둬간다. 슬픔으로 슬픔을, 생각으로 생각을 치유한다.

김광석의 노래와 철학을 어떻게 연결시켜 행복을 찾아가는지 두 곡의 노래만 들여다보겠다.

 

‘거리에서’

“거리에 가로등 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거리에서’ 노랫말 일부분)

“이 노래에 숨겨진 행복을 위한 키워드는 ‘꿈결’이다.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다’는 말에 행복의 비밀이 숨어 있다. … 김광석의 노래에 담긴 ‘꿈결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이는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의 철학’은 그 철학적 근거를 제공한다.”(‘김광석과 철학하기’에서)

“절제와 용기와 다른 덕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나 뒷걸음치며 두려워하고, 무슨 일이나 자기의 자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 된다. 무슨 일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어떠한 위험에라도 뛰어드는 사람은 무모한 사람이 된다.”(‘김광석과 철학하기’에 김광식 교수가 인용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스 윤리학’에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 매어주던 때 / 어렴풋이 생각나오 /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 막내아들 대학시험 /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 어렴풋이 생각나오 /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노랫말 일부분)

“남편 넥타이를 곱게 매어주고, 자식 시험 때문에 밤을 지새우고, 눈물로 딸을 시집보내고, 사랑하는 이들을 힘겹게 떠나보내고, 인생이 황혼에 기우는 어느 날, 사랑하는 이 홀로 남겨두고 떠나가는 삶은 어느 특별한 이의 인생 이야기가 아니다. … 김광석의 노래에 담긴 ‘넥타이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이는 헤겔이다. 헤겔의 ‘자유의 철학’은 그 철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넥타이는 절제와 질서의 상징일 수도 있지만 통제와 구속의 상징일 수도 있다.”(‘김광석과 철학하기’에서)

“물질은 [그것이 향하려고 하는] 자기의 [중심]을 자기 바깥에 가지고 있지만[(중력을 생각해보라)], 정신은 [자기의 중심이] 자기에게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입니다.”(‘김광석과 철학하기’에 김광식 교수가 인용한 헤겔의 ‘역사철학 강의’에서)

 

김광식 교수는 ‘김광석과 철학하기’ 에필로그에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잘 사는 것이다. 잘 사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삶은 사는 이마다 제각기 다르니까, 똑같은 삶은 없다. 모두에게 통하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잘 사는 행복의 비법 같은 것은 없다. 행복하게 사는 방식은 사는 이의 삶에 따라 제각기 어울리는 방식이 따로 있다. 행복은 맞춤옷과 같다”며

“나는 단지 당신 앞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철학으로 당신의 삶을 쓰다듬고 흔들어놓고 다독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고 말한다.

울적한 날 노래를 들으며 행복을 찾든, 철학책을 보며 행복을 찾든,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보며 행복을 찾든,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부사다 행복이 무엇인지 묻기보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는 김광식 교수의 말처럼 행복하게 살려는 자신의 방법 찾기는 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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