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기 감 사

절 기 감 사

입추(立秋) 가득 차면 비우고, 비우면 차오른다

날은 아직 한창이나 더운데 가을이라 하네요. 어쩐지 서둘러 온 듯한 절기, 입추입니다. 선조들은 입추에 비를 마다했는데요. 땡볕을 받고 벼가 열심히 익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대비가 내려 더위를 식혀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비 올까 걱정하고, 행여 비가 잦으면 그치길 바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습니다. 하지 때의 기우제와 대조적 이지요.

덥지만 덥지 않길 바라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알찬 추수를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달게 견디면서요. 때로 삶이 가파 른 언덕배기 오르는 것처럼 숨 가 쁘고 힘겹습니다.

내 호흡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지라 누구를 끌어주는 건 엄두도 안 나지요. 혹 그 정점에 서 있다면, 두려워하지 마세요. 입추가 왔습니다. 고비는 이미 넘어갔습니다.

지금이 제일 덥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더워야 하나 봅니다. 철모르고 찾아온 절기 같아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보세요. 선선한 바람이, 알곡이 여물기만을 기다렸다가 어느새 나타나 더위를 잊게 해줄 겁니다. 지나고 보면 내 마음밭에 자라는 열매들에게는 당장의 비 대신 원망스런 볕이 오히려 축복일지 모릅니다.

고생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 이미 다음 계절의 문은 열렸네요.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가득 차기를 염려하지 말고, 가득 찼다면 비울 줄도 알고, 비웠다면 또 차오르자고 용기와 인내를 가르쳐주는 24절기라는 인생의 지혜와 함께 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24절기 중 13번째인 입추는 양력으로 8월 7일입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