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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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나무를 조심하라!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감사

매일 조금씩 나는 별이니 출발이니 여행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은연중 입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었다.

사흘째 되는 날 바오밥나무의 비극을 알게 된 것도 그렇게 해서였다. 이번에도 역시 양 덕분이었다. 마치 무슨 심각한 의문에 사로잡힌 듯이 어린 왕자가 느닷없이 내게 물었으니 말이다.

“양이 작은 나무들을 뜯어먹는다는데 정말일까?”

“그럼, 정말이지.”

“야! 그것 참 잘됐다.”

양이 작은 나무들을 뜯어먹는다는 게 왜 그리도 중요한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바오밥나무도 뜯어먹겠네?”

나는 어린 왕자에게 바오밥나무는 작은 나무가 아니라 성당만큼이나 거대한 나무이므로 한 떼의 코끼리를 다 몰고 간다 해도 바오밥나무 한 그루를 다 해치우는 못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한 떼의 코끼리라는 말에 어린 왕자는 웃어댔다.

“그럼, 코끼리들을 포개놓아야겠네……”

어린 왕자는 또 영리하게 이런 말도 했다.

“커다란 바오밥나무도 자라기 전엔 조그맣게 돋아나지?”

“그렇긴 하지. 하지만 왜 양이 작은 바오밥나무를 먹겠어?”

“아이, 참! 그 이유를 모른단 말이야?” 하고 어린 왕자는 당연한 일이 아니냐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서 나 혼자서 이 수수께끼를 푸느라 머리를 짜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과연 어린 왕자의 별에도 다른 별과 마찬가지로 좋은 풀과 나쁜 풀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좋은 풀의 좋은 씨와 나쁜 풀의 나쁜 씨가 있었다.

그러나 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땅 속 은밀한 곳에 숨어서 자고 있다가 그중의 하나가 어느 날 문득 깨어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기지개를 켜고 우선 아무 해도 되지 않는 예쁘고 조그만 싹을 햇빛을 향해 슬며시 내민다. 그것이 빨간 무나 장미의 싹이라면 마음대로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도 된다. 하지만 나쁜 식물의 싹이라면 눈에 띄는 대로 뽑아버려야 한다.

그런데 어린 왕자의 별에는 무서운 씨가 있었는데…… 그게 바오밥나무의 씨였다. 그 별의 땅에는 온통 바오밥나무 씨가 널려 있었다. 그런데 바오밥나무란 자칫 손을 늦게 쓰면 영영 없앨 수가 없게 된다.

그놈은 별 전체를 다 차지하면서 그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어놓는 것이다. 그래서 별은 작은데 바오밥나무가 너무 많게 되면 별이 산산조각나고 마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훗날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그건 규율의 문제야. 아침에 세수를 하고 나면 나의 별도 정성 들여 몸단장을 해줘야 해. 바오밥나무가 아주 어릴 때는 장미와 비슷하지만 곧 장미와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자라면 규칙적으로 신경을 써서 바오밥나무를 뽑아버려야 하는 거야. 그건 정말 귀찮긴 하지만 아주 손쉬운 일이야.”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우리 땅에 사는 어린이들이 머릿속에 잘 새겨둘 수 있도록 멋진 그림을 하나 정성껏 그려보라고 내게 권했다.

“그 어린이들이 언젠가 여행을 하게 되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 마땅히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어도 별 탈이 없을 때도 더러 있지만 바오밥나무의 경우 그랬다간 반드시 큰 사고가 생겨. 난 게으름뱅이가 사는 별을 하나 아는데, 그 게으름뱅이는 작은 나무 세 그루를 소홀히 한 채 그냥 내버려뒀었어.”

그래서 어린 왕자가 일러준 대로 나는 그 별의 그림을 그렸다. 나는 도덕군자 같은 말투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오밥나무의 위험을 아는 사람은 너무나도 적고 어떤 소행성에서 길 잃은 사람이 당하게 될 위험은 너무나도 큰 것이므로 딱 한 번만 예외적으로 마음을 고쳐먹기로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들이여, 바오밥나무를 조심하라!’

내가 이 그림을 이토록 정성스럽게 그린 것은 내 친구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오래 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감수하고 있는 위험에 대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이다.

내가 그림을 통해 주게 된 교훈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런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왜 이 책에는 바오밥나무의 그림만큼 거창한 그림들이 없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리려고 노력은 해보았지만 성공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바오밥나무들을 그릴 때에는 급박하다는 감정으로 온통 정신이 고조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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