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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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네 번의 노을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감사

06. 아! 어린 왕자여! 나는 이렇게 해서 조금씩 너의 연약하고 쓸쓸한 생활을 알게 되었다. 너에게는 오랫동안 구경거리라고는 그저 해 지는 광경의 감미로움밖에 없었지.

나흘째 되던 날 아침 네가 이런 말을 했을 때에야 나는 그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나는 해가 지는 광경이 좋아. 우리 해 지는 걸 보러 가……”

“아직 기다려야 해.”

“뭘 기다려?”

“해가 지길 기다려야 해.”

처음에 너는 몹시 놀란 표정이었지. 하지만 곧 자기 말이 우습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어.

“지금도 내가 우리 별에 있는 것만 같아서!”

그럴 수 있겠지. 누구나 다 알다시피 미국이 정오일 때 프랑스에서는 해가 지지. 단숨에 프랑스로 달려갈 수만 있다면 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러나 너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놓기만 하면 되었지. 그렇게만 하면 맘 내킬 때마다 해 지는 광경을 볼 수가 있었던 거야.

“어느 날은 해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본 적도 있어.”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말을 이었지.

“그런데…… 몹시 슬플 적엔 해 지는 게 좋아져……”

“마흔네 번 본 날 그럼 넌 그렇게도 슬펐던 거야?”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07. 닷새째 되던 날, 이번에도 양 덕분에 어린 왕자의 생활의 또 다른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속으로 곰곰이 생각한 끝에 튀어나온 말인 듯 느닷없이 내게 물었다.

“양이 말이야, 작은 나무를 뜯어먹는다면 꽃도 먹겠지?”

“양은 닥치는 대로 뭐든지 먹지?”

“가시가 있는 꽃도 먹어?”

“그럼, 가시 있는 꽃도 먹지.”

“그럼, 가시는 뭣에 쓰는 거지?”

나는 그걸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 엔진에 너무 꼭 조여진 볼트를 빼내는 일에 잔뜩 정신이 팔려 있었다.

비행기의 고장이 매우 심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또 마실 물도 얼마 남지 않은지라 최악의 경우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시는 뭣에 쓰는 거지?”

어린 왕자는 한번 물어보면 결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나는 볼트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중이라 아무렇게나 대답해버렸다.

“가시, 그건 아무 쓸모도 없는 거야.”

“그래?”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어린 왕자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이렇게 톡 쏘아붙였다.

“거짓말 마! 꽃들은 연약해. 그리고 순진해. 꽃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있으니 자기들은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속으로 ‘요놈의 볼트가 그래도 꼼짝을 안 하면 망치로 두들겨서 튀어나오게 하겠어!’ 하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어린 왕자는 다시 내 생각에 훼방을 놓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꽃들이……”

“그만 해둬! 그만! 난 아무 생각도 안 해! 난 아무렇게나 대답했을 뿐이야. 나에게 지금 중요한 일이 있어!”

어린 왕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심각한 일이라고!”

어린 왕자는 손에는 망치를 들고 손가락은 시커먼 기름투성이가 되어가지고 그에겐 아주 못생겨 보이는 무슨 물건 위로 몸을 굽히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도 다른 어른들과 똑같이 말하네.”

이 말에 나는 좀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그는 사정없이 말을 이었다.

“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 뭐든 다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고 있잖아!”

어린 왕자는 진짜로 성이 잔뜩 나 있었다. 그는 온통 금빛인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나는 어떤 별에 살고 있는 얼굴이 뻘건 아저씨 하나를 알고 있어. 그는 꽃향기라곤 맡아본 적이 없어.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누구를 사랑해본 적도 없고 오로지 계산밖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었어. 그러면서 온종일 ‘나는 진지한 사람이야! 나는 착실한 사람이야!’ 하고 되풀이하면서 여간 거만하게 구는 게 아니야. 그렇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라 버섯이라고!”

“뭐라고?”

“버섯이라니까!”

이제 어린 왕자는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은 가시를 만들어 갖고 있어. 그런데도 수백만 년 전부터 양들은 꽃을 먹어왔어. 그런데 어째서 꽃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 가지느라고 그토록 애를 쓰는지 알려고 하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이건 얼굴이 뻘건 뚱뚱이 아저씨가 하는 계산보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 못 된다 이거지? 그런데 만약에 내가 내 별 말고는 다른 어디에도 없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하나 알고 있다면, 그런데 어린 양 한 마리가 어느 날 아침, 무심코 그걸 그냥 덥석 먹어 없애버린다면,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 이거지?”

어린 왕자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을 이었다.

“만약 누군가 수백만 수천만 개나 되는 별 중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그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거야.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렇지만 양이 그 꽃을 먹는다고 생각해봐. 이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다 꺼져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어린 왕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린 뒤였다.

나는 손에서 연장을 내려놓아버렸다. 망치도 볼트도 목마름도 죽음도 모두 다 우습게 생각되었다.

어떤 별에, 어떤 떠돌이 별 위에, 나의 별인 지구 위에 내가 위로해주어야 할 한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품안에 안았다.

그를 안고 흔들어 달래면서 나는 말하고 있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아…… 너의 양에다가 굴레를 그려줄게…… 그리고 네 꽃에는 울타리를 쳐주고, 또……”

나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이 너무나 서툴게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그와 한마음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눈물의 나라란 이토록 신비로운 것이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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