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며

감사나눔 네트워크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며

창성이와 함께 한 박연숙 님

“그럼 어떻게 하라고” 하며 흐느끼는 학부모의 눈물이 내 가슴에 떨어졌다.
갈 곳 없는 자녀는 어떻게 하라고….
무릎 꿇었던 부모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은 더욱 가슴을 치게 한다.
“장애인에게 학교가 뭐가 필요하냐고, 그냥 (복지)시설로 보내라고 하더군요. 어떤 분은 차라리 하수처리장이 낫다는 말도 했어요. 제 아이가 오물인가요.”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몇 해 전 이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창성이와 함께 집에 들어가고 있는데 이웃에 사시는 한 할아버지가 장애아를 둔 엄마를 비하하는 말을 던졌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내 귀를 의심했다. 기가 막혔고, 화도 나지 않았다. 화를 낼만한 가치조차 없는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80세가 다 되어 보이는 노인의 입에서 몸이 불편한 아이의 엄마에게 한 말이 고작 그것이라니. 못 들은 척하고 집에 들어와서 쿵쾅거리는 마음을 추스르느라 한참이 걸렸다. 그는 도대체 인생을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하나가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던데 그의 오랜 세월에 쌓인 경험과 지혜는 쓰레기 같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 같은 처지의 누군가에게 다시는 그런 소리 못 하도록 그때 명확히 말했어야 옳았다. 나이를 불문하고 잘못된 사고로 타인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에게 나는 당당하게 말했어야 했다.

‘마음이 온전치 못한 당신, 남의 아픔에 위로는 못할 망정 마구 건드리는 당신이 바로 장애인이 아닐까요.’

 

갈 곳이 없어요

올해 창성이를 특수학교에 보내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을 때, 특수학교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특수학교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 가깝지는 않지만 그래도 특수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을 때, 높은 경쟁을 뚫고 합격한 것을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감사하면서도 특수학교에 지원했지만 다닐 수 없게 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일반 학교에도 특수학급이 있긴 하지만 증상에 따라 일반 아이들과 함께 다니기 어려운 친구들이 많다.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특수학교 설립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문제가 아니었다.

최근 특수학교 설립문제를 놓고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장애 학생의 부모들이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는 일까지 일어났다. 지역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자기 아들, 딸, 손자와 손녀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근거리에 갈만한 학교가 없어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학교 가는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해도 그렇게 하겠는지.

‘국립한방병원 건립하여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

지역 주민이 내건 현수막 문구다. 고통 받는 타인의 눈물을 짓밟고 잘 산들 얼마나 잘 살게 되는 건지. 우리 이웃 중에 이렇게까지 강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졌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하며 흐느끼는 학부모의 눈물이 내 가슴에 떨어졌다. 갈 곳 없는 자녀는 어떻게 하라고…. 무릎 꿇었던 부모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은 더욱 가슴을 치게 한다.

“장애인에게 학교가 뭐가 필요하냐고, 그냥 (복지)시설로 보내라고 하더군요. 어떤 분은 차라리 하수처리장이 낫다는 말도 했어요. 제 아이가 오물인가요.”

 

차이로 차별 안 돼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왜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적합한 교육을 받게 해달라는 것인데,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자리에 한방병원을 짓겠다고 무책임하게 공약을 남발한 정치인이나 집값 염려하는 주민이나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고통 받는 이웃은 우리가 무시해도 되는 남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그들은 나를 나 되게 하는 소중한 존재이다. 나를 아끼듯 그들의 고통도 품고 아껴주어야 나도 잘 살 수 있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자녀보다 하루 더 살기를 기도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눈감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기우일까.

하지만 희망이 있는 것은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며 마음을 함께해 주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지지 서명에 동참해주며 함께 아파해 주고 울어 주고, 마음을 보듬어 주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고맙다.

자신의 자녀는 이미 고학년이어서 특수학교가 지어져도 너무 늦어 다닐 수 없지만 다른 아이들을 위해 토론회장을 찾고 힘이 되어주는 부모님들도 계셨다.

차이를 차별하는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나도 한몫하고 싶은데 갈 길이 멀다.

박연숙 글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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