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ICT 박인만 부장의 기나긴 추석 연휴기(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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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녔어요!”
포스코ICT 박인만 부장의 기나긴 추석 연휴기(記)

모처럼 찾아온 기나긴 추석 연휴, 특별하게 지내고 싶었다. 그 중심에는 점점 거동이 불편해져 가는 어머니가 계셨다. 살아생전 어머니를 큰아들인 내 집에서 모시며 지내고 싶었다.

고향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두 아우 가족과 여동생에게도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에게 휴가는 보너스가 될 것이다.

 

첫째 날(10월 1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여행 계획을 세우고는 저녁에 서울을 출발해 밤늦게 대구에 도착했다.

 

둘째 날(10월 2일, 월요일)

아우 집에서 일어나 브런치를 먹었다. 그곳을 떠나기 전 아우로부터 어머니 돌봄에 관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약봉지가 우선이었다. 서울로 떠나는 데 어머니는 설렘 반, 걱정 반을 챙기신 것 같다. 나도 걱정이다. 집에 도착했다.

 

셋째 날(10월 3일, 화요일)

친정에 온 딸과 함께 어머니 약봉지와 틀니를 챙겨 용인 민속촌에 갔다. 그런데 휠체어에 탄 어머니는 만족도가 높지 않으신 것 같다. 시집오고 장가가는 혼례 행렬이 지나가는 데도 그다지 흥미를 못 느끼신다. 장터국밥 한 그릇 먹고 마무리한다.

귀가 길에 딸아이 친구가 임시 오픈한 경기 광주 카페 내 베이커리 매장에 들렀다. 그런데 어머니가 빨리 집에 가자고 조르신다. 아마 몸이 힘드시는 듯하다. 집까지 20여분 거리를 앞두고 배가 아프시단다. 급하시다 한다.

가까운 주유소 화장실을 들렀다. 어머니는 10여 년 전 대장암 말기 수술로 괄약근 소실이다. 그 후 먼 길 여행 시 사전 배변조절에 대비를 잘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모시는 길이라 실수했다. 임시 수습 후 집에 도착했다. 온욕(溫浴)을 위한 온수를 욕조 가득 받았는데 대략 난감하다,

딸아이와 아내는 추석 시장 보러 갔다. 욕실 전등을 껐다. 등과 팔다리를 어둠으로 밀어 드렸다. 잠시 후, “고만 됐다. 이제 내가 할게” 하신다. 휴우!

 

넷째 날(10월 4일, 수요일, 추석날)

민속촌 나들이에 만족도가 없었던 기억을 살려 가족들의 의견을 모았다. 애초에 세웠던 창덕궁 나들이는 포기했다. 집 근처 양재천 시민의 숲으로 가을 햇볕 친구 삼아 나들이 갔다. 만족도 최고였다.

 

다섯째 날(10월 5일, 목요일)

속초로 바람 쐬고 오자며 출발했다. 왕복 480km. 14시간 여행 중 이동시간만 11시간. 나들이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다.

다행스럽게도 국도로 이동하다 보니 주변 경치를 좋아하시는 모습에 그나마 위안된다. 중간 중간에 문득 문득 빨리 집(대구)에 가고 싶다고 하는 어머니의 마음에 또 다른 나의 죄송함은 무엇인가?

(엄니 생각): ‘좋쿠록 해줄라는 니맘 내가 안다, 그러나 내몸이 힘들구나….’

 

여섯째 날(10월 6일, 금요일)

새벽녘, 엄니께서 잘 주무시는지 어떤지 뵈러 갔다.

나: “쫌 어떠세요?”

엄니: “괘얀타, 어제 힘들어서 그런지 잠은 안 오고 해서 그냥 누버 있다. 생각해 봤는데, 내 나이 쫌 더 들면 너그 집에 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네 동생한테 캐서 대구에서 밤에도 같이 있는 사람, 돌보미 같은 사람 한 사람 있으면 좋겠다고 해 봐라.”

나: “그냥 같이 삽시다.”

아침식사 후 머리 감겨 드리는데 오늘 꼭 집으로 가야겠다 하신다. 왜냐고 물었다.

“원래 두 빰 자고 갈라 했는데, 벌써 네 빰 잤다”는 것이 이유다.

점심시간이다. 대구에서 어머니 서울 오셨다는 소식에 이천의 오랜 친구 부부가 방문 왔다. 방문해 온 친구부부와 추어탕으로 점심 나누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데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이 너무 정겹다.

대화의 90%는 손녀딸과 사위 그리고 손녀딸의 결혼 걱정에 대한 무한 반복된 질문이다. 그래서 손녀딸  신혼집 가보자고 제안했다. 엄청 반기신다. 저녁 the-K hotel. 만찬은 집밥, 비빔밥과 어묵 탕으로 대신한다.

 

일곱째 날(10월 7일, 토요일)

수서역에서 대구행 SRT 1호차 휠체어 석에 모셔 드렸다. 그리고 형제자매 가족 카톡 단체방에 감사의 문자 올린다.

“1. 아들 집에서 먹고, 나들이 하고, 자고 하는 일상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긴긴 휴가에 감사~^^♡
2. 이러저러한 불편한 신체 조건에도 낙심치 않고 일어나고, 걷고, 먹으며, 삶의 의지를 지켜주는 어머니에 감사~^^♡
3. 다가오는 단기 기억 소실 중에도 틈만 나면 손녀딸들 혼례, 직장, 장래일을 염려하며 기도해주시는 그 마음에 감사~^^♡
4. 만나는 사람마다 그분들의 도움에 감사하다며 엄청난 리액션 취해주시며 웃음 주셔서 감사~^^♡
5. 가지고 올라오신 지갑 열어 이러저러한 식사와 선물을 이웃들에게 나누며 따뜻한 시간 만들 수 있어 감사~^^♡

6. 그동안 어머니 계신 곳에서 수발을 해온 아우님들의 수고를 몸으로 경험하며 더 많은 감사를 전하고 싶어 감사~^^♡
7. 일주일동안 이곳저곳 나들이 여행하면서 좋다~ 좋쿠나~! 나눠주셔서 감사~^^♡
8.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머니와 함께 추석휴가 여행 동행하며 수고 아끼지 않았던 아내와 두 딸들과 사위에게 사랑과 감사를~^^♡
9. 일 년 전 소천하신 장모님의 수발을 온몸으로 감당해내 준 아내의 수고에 다시 한 번 감사~^^♡
10. 귀향을 위하여 수서역 SRT를 탔다. 동대구역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는 아우님 가족들에게 감사. 또다시 새롭게 어머니 수발을 일상의 수고 감당해 주는 여동생과 아우님과 가족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11. 일주일간 여행 중에 특별한 덕담 주신 어머니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들아~ 너는 생각과 행동으로 10년은 젊게 사는구나~^^♡”

글=박인만 부장(포스코ICT)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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