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경 웃음치료사의 재수술 투병기

건강 감사

“가진 것의 소중함을 갑절로 깨닫게 하는 감사”
김지경 웃음치료사의 재수술 투병기

처음에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5년 생존율이 희박한
악성골육종 환자였던 내가
지금은
단순한 정형외과 환자로
생활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은가.

 

지난 5년 동안 나는 내 삶에서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지체장애 5급 장애인으로 살아왔다. 물론 1-4급의 장애를 가지신 분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불편함이긴 하지만, 그 전까지 참 건강했고 특히 튼튼한 하체를 가지고 있었던 나로서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한창 활동적인 나이인 초등학생 아들과 축구도 못 하고, 그 아름답다는 제주 올레길과 오름길도 못 가고, 급할 때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지도 못 하고, 절뚝거림 때문에 그나마 간간히 있었던 영화나 광고촬영도 할 수 없었다.

 

장애로 얻은 깨달음

그래도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불편함들이 실제 삶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아 쉽게 잊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이 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을 배웠고, 장애인이기에 누리는 혜택도 적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장애인 화장실은 왜 저렇게 생겼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된 것.
횡단보도를 빨리 건너지 않아도 문제될 건 하나도 없다는 깨달음.
관공서나 마트에 가면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왼쪽다리 외에는 모조리 다 건강함에 감사할 수 있는 점.

이런 생각을 할 때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아무튼 지난 5년간 보통 사람들은 잘 겪지 않을 암 투병과 지체장애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웃음’과 ‘진짜 감사’를 알고 배우고 실천하게 되면서 웃음과 감사를 많은 분들에게 전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세상사라고 하지만, 나는 반대로 하나를 잃으니 하나 이상을 얻게 된 느낌이었다.

 

기대와 희망속의 재수술

이렇게 새로운 현실에 감사하고 있을 때, 5년 전 집도한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았다.

이식한 뼈가 완전히 붙지 않아 괴사상태가 곧 올 것 같다면서, 암도 완치되었으니 새로운 뼈로 다시 이식하는 수술을 하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또 다른 수술을 권한 것이다. 물론 다시 한다고 해서 뼈가 완전히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 6시간이 넘는 수술과 6개월에 걸친 재활을 거쳐야 한다는 부담도 나를 고민케 했다. 

하지만 정상보행의 확률이 10%조차 안 될지라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이유는 단 하나!

5년 전에는 항암치료로 인해 재활은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수술 직후 재활에 신경 쓴다면 아마도 정상보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똑바로 걸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내 안에서 마구 솟구쳐 올랐다.

그렇게 해서 올해 8월 8일 수술을 했고, 예상보다 훨씬 더 긴 10시간 반이 걸렸다. 수술실에서 나오자마자 주치의는 절개한 범위가 넓어 꿰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하였다.

나중에 심심해서 세어보니 허벅지 양쪽으로 총 80바늘의 꿰맨 자국이 있었다.

좀 절뚝거리면 어떻고 뛸 수 없으면 어떤가. 5년 동안의 수많은 경험이 나를 편안하게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이 세상에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라고 하는가 보다.

 

‘웃음의 통증억제효과’ 체험

나는 이번 수술시에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첫째는 내 자신이 강의 때 늘 말해왔던 ‘웃음의 통증억제효과’를 몸소 느껴보는 것이고 둘째는 피 주머니와 소변 줄을 제거하자마자 다리를 들어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장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와 마취가 깨자마자 웃었다. 그러자 침대를 옮기시는 분께서는 지금껏 수술실에서 웃으며 나오는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놀라워 하셨다. 그 말씀이 왜 그렇게 기쁘던지….

내가 그 힘든 걸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해 했다. 비록 웃음의 통증억제 효과가 길지는 않았지만 효과는 확실한 것 같다.

수술실에서 병동까지 오는 시간 동안 힘들어 하지 않고, 몽롱함 속에서도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을 보면.

게다가 너무도 감사한 건 예전 같으면 마취가 풀리자마자 수술 부위에 생살을 찢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텐데, 이번에는 수술할 때 10시간 동안 팔을 묶고 했던 탓인지 마취가 깨자마자 팔이 너무 아파 다리의 통증은 전혀 느끼질 못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장시간의 전신마취로 인한 발열이 멈추지 않아 3일 동안 39도 이상의 고열로 고생한 것을 빼고는 3주간의 병원생활 동안 그렇게 힘든 통증 없이 지낼 수 있었음도 감사할 일이다. 또한 재활이 끝나면 바로 걸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내 마음 속에 가득 차 있다.

 

감사로 맞는 재활의 시간

지금 나는 수술한 병원을 나온 후 동네 병원을 정해서 열심히 도수치료와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은 뼈가 붙지 않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육강화에 힘을 쓰는데, 그런 하루하루가 너무 지루하고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재활훈련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처음에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5년 생존율이 희박한 악성골육종 환자였던 내가 지금은 단순한 정형외과 환자로 생활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나에겐 매일 기대하는 내일이 있고, 아직 왼쪽다리엔 힘이 없지만 오른쪽다리가 튼실한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은가.

몇 개월 뒤 뼈가 잘 안 붙는 결과가 나오고, 남들처럼 정상 보행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에겐 잃을 게 없다. 왜냐하면 진짜 잃은 게 없으니까.

좀 절뚝거리면 어떻고 뛸 수 없으면 어떤가. 5년 동안의 수많은 경험이 나를 편안하게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이 세상에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라고 하는가 보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나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 4장 6~7절) ”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생각과 마음을 지켜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지난번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암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완치 기념 주화를 선물로 준다고 해서 냉큼 받았다. 이 주화는 나에게 삶의 귀한 돌아봄이자, 앞으로의 희망과 감사의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껏 잘 견뎌왔다”의 의미인 동시에 “앞으로도 잘 살거야”라는 희망의 주화라고나 할까.

글=김지경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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