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추석을 맞이하여 내가 생도 생활을 하고 있는 육군3사관학교(서정열 교장, 소장)에서는 학교 이름에 맞게 34감사를 작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살면서 감사가 쉬운 말이기도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직접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감사하다는 말을 적는 34감사는 좋은 기회이자 행복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1번부터 34번까지 글로만 작성한 것이 아닌 색지에 가족사진도 붙이고, 내가 좋아하는 시도 적고 감사하다는 말뿐만 아닌 나의 진심을 담아서 작성할 수 있었다.

직접 수기로 작성하면서 대충 적자는 마음보다는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면서 그동안 내가 부모님께 표현하지 못한 나의 마음을 담아가면서 작성하게 되었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추석 날, 내가 진심으로 작성한 34감사를 부모님께 전해 드렸다. 전해 드리는 과정에서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에는 무뚝뚝함이 느껴졌지만 난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시고 아껴주시고 용서해주신 우리 부모님.

이제는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살만이 세월의 고단함을 설명하고 크게만 느껴진 그 뒷모습이 작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가 커서일까, 아니면 부모님이 작아져서일까? 이런 생각들이 잠을 자기 전에 밀려왔다.

무엇이든지 해주실 것만 같았던 두 분의 존재는 나로 인해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오셨고, 내가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될 때까지 양보하고 포기하고 살아가실 것이다.

옛말에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이 있다. 자식이 커서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 까마귀가 다 자란 뒤에 늙은 어미 새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준다는 뜻이다.

어린 내가 이젠 성장해 부모님께 돌려드릴 때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하지 않아서 속만 썩이게 한 때가 엊그제인데 지금은 당당하고 늠름한 대한민국의 예비 장교를 준비하는 사관생도로서의 아들의 모습, 남자의 모습, 생도의 모습으로 멋진 군인이 돼서 돌려드리고자 한다.

부족한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고 경험을 가르쳐 주신 부모님. 어리기만 한 아들이 조금이나마 성장해서 작은 말 하나 쓴 글을 읽으시는 모습을 보고 콧잔등이 시큰한 순간이었다.

매 순간이 보고 싶고 감사하고 사랑 가득한 날이다.

손창범(육군3사관학교 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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