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의 창

■ 감사의 창

사랑과 기다림

1964년 미국의 최남단 섬 키 웨스트 해변.

한 남자가 인적 없는 바닷가에서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너머로 시선을 던진 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벌써 6년이 넘도록 온다는 약속도 올 가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는 지금 어떤 여인을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랑이 사람을 이렇게 이상하게 만드는 것인 줄 예전에는 미처 상상도 못했던 사람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은 ‘하바나’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사건의 발단은 직업 도박사인 잭(레드포드)이 세기적인 도박을 하기 위하여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바나행 배를 타는데서부터 시작된다. 그가 배 안에서 알게 된 미모의 여인 바비(레나올린)는 어떤 역을 맡은 레나올린이 무슨 물건 하나를 내밀면서 세관을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을 한다.

고성능 무전기였다. 내란의 와중에 있는 쿠바에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다가 들키면 생명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조차 없다.

이렇게 그들은 인연을 맺었다. 바비는 지하운동의 지도자인 아르투로의 아내였고, 그녀 또한 지하운동에 상당히 깊이 개입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로맨스가 무르익기엔 너무나 상이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그녀의 남편 아르투로가 죽고 바비가 감옥에 갇혀서 심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잭이 들은 것이다. 잭은 거액의 뇌물을 써서 그녀를 석방시켜준다. 이어서 둘의 사랑은 아름답게 영글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만사를 잊고 둘이서 자유의 나라 미국으로 탈출하려던 찰나 잭은 바비의 남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그는 자기에게 최악의 순간이 닥칠 때 사용하기 위하여 몸속에 감추어 두었던 다이아몬드를 뇌물로 주고 그녀의 남편을 석방시킨 후 이 사실을 바비에게 말해 준다. 바비는 고민 끝에 다시 남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일생일대를 통하여 두 번이나 있을 수 없는 진한 사랑을 나눈 잭은 6년간이나 끈질기게 텅 빈 해변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하염없이 기다려 주게 된다. 그것은 누가 비웃고 어리석다고 조롱해도 능히 감수할 만큼.

성경에서 사랑장이라고 일컬어지는 고린도전서 13장에서는 사랑에 대해서 정의를 하면서 “사랑은 오래 참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 하였다.

한마디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하여 참아주고 힘들어도 견뎌주고 마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엄청난 힘이 있기 때문에 능히 이것이 가능한 것이다.

글=안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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