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표현이 늘어나는 대한민국’

추운 겨울 우리에게 훈훈한 감동을 준 정현 선수. 더욱 성장하여 세계 랭킹 1위가 될 것에 미리 감사합니다.(사진 = 정현 인스타그램)

사촌이 땅을 사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가까운 사람이 잘 되었으면 축하하고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프다는 것인가? 시기, 질투, 화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속이 뒤틀렸다는 것인가? 대부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본래 의미가 바뀌었다.

농업국인 조선은 땅의 소유 여부가 부의 척도였다. 그래서 누군가 땅을 샀다면 열심히 살았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축복받을 일이었지 분노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가난했던 터라 마땅히 건넬 선물이 없었다. 어찌해야 하나? 당시 최고의 비료였던 인분을 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배가 아파서라도 많은 양의 인분을 그 땅에 쏟아주면 그 땅을 기름지게 하는 것이고, 그것은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었다.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속담이 왜 바뀌었을까? 서로 돕고 서로 잘 되기를 바라는 우리 민족의 성격에 일제가 흠을 내기 위해서였다. 그래야만 협동이 잘 안 되고 이기심으로 가득 찬 민족으로 규정될 수 있었고, 그것은 곧 식민지 통치에 아주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누군가의 성공에 공감과 격려 대신 시기와 질투를 보내는 감정은 상당히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었다. 상대가 잘 되는 것은 상대만 잘 되는 것이지, 자신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사실 이는 그만큼 살기가 각박했다는 것과는 무관했다. 협업과 협력을 통해 공동체의 삶이 나아지는 것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도, 겉으로 드러내면 손해라고 생각해 억눌렀다는 게 적절한 분석일 것이다. 그로 인해 한국사회는 행복지수 등 많은 정신적 지수에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현 선수의 감사글
지난 1월 26일 ‘2018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4강전이 멜버른파크에서 열렸다. 전 국민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서양 체구에 유리한 테니스 종목에 세계 랭킹 58위인 정현 선수가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정현의 결승 진출은 실패했다. 발바닥 부상이 더 큰 감격을 잠시 미루었다.

기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은 “수고했어요, 자랑스럽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먼 타국에서 우리나라를 빛내줘 고마워요”, 

“지금껏 뛰어줬다는 사실 자체가 고맙다”, “정현 선수 덕에 호주오픈 대회 내내 행복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특히 더 눈여겨볼 것은 각 언론들의 헤드라인에 ‘고맙다’라는 문구들이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글과 그에 대한 정현 선수의 답글이다.

준결승이 끝나고 난 뒤 문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정현 선수는 한국 스포츠에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고, 국민에게 큰 자부심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너무나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격려하고는 “부상이 아쉽지만, 다음엔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더욱 위대한 선수로 우뚝 서리라 믿습니다. 우리 국민들과 아시아인들에게 더 큰 희망과 용기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고하셨습니다. 가족과 코칭스태프 여러분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28일 정현 선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문재인 대통령님께. 축전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보내주신 응원이 큰 격려가 되었고 책임감도 느끼게 합니다”라고 감사의 말을 하고는 “대회 기간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많은 관심과 성원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을 응원하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씀에 테니스 선수로서 깊이 공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아울러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고맙습니다”라며 또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정현 선수의 감사글은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키워드는 감사였다. 잘 해줘서 감사하고, 응원해줘서 감사하고. 이는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찌 보면 고급 스포츠 같은 테니스에서 세계 4강 진출이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냐며 시큰둥해 할 수도 있지만, 난시라는 역경을 딛고 피나는 노력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었다는 것이다. 정현 선수의 강한 정신이 의지박약인 자신을 추어올릴 수 있는 것 또한 감사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사촌이 땅을 사 배가 아픈 게’ 아니라 ‘사촌이 땅을 사 자신이 감사하다’는 것이다. 이는 본래 감사의 민족이었던 우리가 다시 감사의 민족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것은 일상 곳곳에서 감사 표현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대한민국 감사 에너지가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잘 해줘서 감사하고 응원해줘서 감사하고”…“나도 그래요!”

 

베트남 국민에게 기쁨을 준 박항서 감독. 조만간 우승을 안겨주는 멋진 일이 벌어질 것에 미리 감사합니다.

박항서 감독의 감사글
대한민국이 정현 선수로 행복해하고 있던 무렵, 베트남에서는 박항서 감독 때문에 행복해하고 있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이 동남아 축구 역사상 첫 결승 진출을 해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의 영웅이 되었고, 무엇보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큰 자부심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 페이스북을 통해 박 감독에게 축전을 보냈고, 박 감독은 “놀랐다. 난 그 정도 사람이 아닌데 정말 부담스러우면서도 감사하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격려해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라고 말했다.

더 주목해봐야 할 것은 상처의 골이 깊은 베트남과 대한민국이 박항서 감독 1인으로 인해 과거의 허물을 녹이며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응웬 쑤언 푹 총리와 부 툭 담 부총리가 박 감독과 대표팀에게 감사장을 전달한 것에서도, 박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베트남 언론들에서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베트남 국민들에게서도 확인될 수 있었다. 여기에 더 놀란 사람들은 베트남 현지 교민들이었다. 박 감독의 쾌거로 그동안의 묵은 감정이 벗겨지고 베트남에서 한국인들이 큰 대접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사의 문이 열렸다
감사는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말로든 글로든 표현하기를 적극 권하는 감사나눔 실천 초기, 즉 2010년만 하더라도 일상에서의 ‘감사합니다’ 빈도수는 상당히 적었다. 서구는 ‘Thank you’를 입에 달고 사는데, 왜 우리는 그러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론 탐구도 심도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감사합니다’가 어떻게 우리의 긍정 에너지와 행복지수를 높이는지 그에 대한 연구도 부족했다. 하지만 감사나눔신문을 중심으로 ‘감사’ 말하기와 쓰기가 우리의 마음과 몸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 만들어지면서,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교육이 기업, 학교, 군대, 가정 등에서 펼쳐지면서 ‘감사’ 표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즉 근대화 과정에서 굳게 닫혔던 ‘감사의 문’이 다시 활짝 열렸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식당에 갔을 때 음식을 가져다주면 ‘감사’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마트에서 계산을 치르고 물건을 건네받을 때 ‘감사’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버스에서 앞쪽으로 내릴 때 ‘감사’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주었을 때 ‘감사’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주위를 자세히 보면, 우리도 이제 서구처럼 ‘감사’를 일상에서 익숙하게 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언론 지면도 정현 선수나 박항서 감독의 경우처럼 ‘감사’를 적극 표현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도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본래 우리 민족은 감사를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정현 선수의 어머니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앵커의 축하 인사에도 “감사합니다”를 말했고, 응원의 말에도 “감사합니다”를 반복했다. 박항서 감독의 어머니 박순정 님도 한 언론과의 전화에서 “막내아들 항서가 참 대견합니다. 저 멀리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를 빛냈다니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신문에서 SNS에서 ‘감사’ 표현 빈도수가 늘어나는 만큼 우리 국민의 ‘감사’ 표현도 더 늘어만 갈 것이다. 참으로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감사 표현이 일상화되는 순간 감사 에너지는 긍정 에너지가 되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고, 이는 행복한 기업, 행복한 학교, 행복한 군대, 행복한 가정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나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왜곡된 말들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그렇게 모든 말들에 ‘감사’가 덧붙여지면 우리 사회는 분명 따듯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 모습에 미리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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