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히든 챔피언으로 이끄는 지속성장의 힘 ‘경영은 관계다-그래티튜드 경영’ ⑬

네패스 웨이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톰 소여는 어느 날 말썽을 피워 어머니로부터 집을 에워싼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라는 벌을 받았다. 그때 친구들이 지나가자 톰 소여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친구들에게 페인트칠하는 것이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자 친구들은 서로 먼저 하겠다고 나섰고, 심지어 가지고 있던 과일을 톰 소여에게 주면서 자신에게 먼저 기회를 달라고 했다. ‘톰 소여의 효과’라고 불리는 이 에피소드는 흥미라는 요소가 있다면 벌마저 즐겁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곧 내적 동기와 연결되면서 흥미를 이끌어내고 강렬한 몰입 환경을 만든다.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자신이 월급 이상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거기에서 일을 멈춘다.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생각이 지배하면서 월급 이상의 몰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일을 통해서 나와 고객이 얻는 가치를 생각하면 여기에서는 더 이상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스스로 흥미를 느끼며 일하고, 그 일의 결과로 행복해할 고객들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그때부터 작동되는 기준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진심과 성의’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의 의미’와 그것이 내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우체부 프레드』라는 책에 등장하는 프레드다. 그는 사소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일에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우편을 배달해야 하는 집이 비어 있을 땐 자신이 보관했다가 주인이 돌아오는 날짜에 챙겨주는가 하면, 고객의 집 앞을 청소해주기도 하고, 택배 회사가 실수로 잘못 배송한 물건까지 챙겨서 주인에게 가져다주기도 한다. 쉬는 날에도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안부를 묻거나 새로 이사 온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서 무엇을 느끼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얻는 만족감이 내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이 즐겁습니다.”
“우편물을 배달받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보상입니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갈 때 마을 사람들을 진정으로 돌보았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물론 다른 우체부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승진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타인이 느끼는 행복과 그로 인한 즐거움, 자부심, 행복감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내면 상태는 우체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진심과 성의’를 가지고 수행하게 만든다.

하나의 기업이 탄생해 소멸하기까지 30년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존 기간은 글로벌 기업이라고 불리는 거대 기업의 경우이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의 생명은 더욱 짧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곧 기업이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말은 곧 직원들이 창조와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경영자의 강요나 일방적인 독려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날선 인사고과 체제를 가지고 있어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스스로 나선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결국 자발적인 흥미와 몰입, 그것으로 파생되는 기업 자체의 창조와 혁신의 역량은 바로 직원들이 ‘나는 왜 일을 하는가’에 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경영자는 직원들이 ‘나는 왜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곧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성찰하는 가운데에서 일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그것을 정말로 좋아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이는지,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이루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상태를 말한다. 경영자가 다른 무엇보다 이것을 능수능란하게 해낼 수 있다면, ‘훌륭한 경영자’라는 칭호가 결코 무색하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 경영이 전부는 아니다

경영자들은 회사의 창의성이 직원의 개별적인 창의성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이란 특정인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독특한 과정이며 외부인은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신기한 과정을 통해 발현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창의적인 경영’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창의적이라고 알려진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면 경영이 순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영입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기업의 발전을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굿 아이디어는
좋은 분위기에서 나온다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테레사 아마빌(Teresa Amabile)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238명의 직원이 8년간 쓴 일기를 분석한 적이 있다. 무려 1만 2,000건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었다. 이 일기를 분석한 결과, 회사의 창의성이 극대화되는 다양한 조건들이 발견되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창의성이 높은 회사는 직원들 간 신뢰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신뢰와 창의성은 서로 전혀 다른 영역에서 작동한다. 신뢰는 관계의 영역이고 창의성은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영역이다. 또한 신뢰는 타인을 향해 있는 것이고 창의성은 자신을 향해 있다. 영역도 다르고 방향도 다른 이 두 가지 활동이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일까? 설사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반대 상황도 사실로 증명되어야만 한다. 신뢰가 낮은 조직이 창의성도 낮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마빌의 연구는 일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전 세계 전자업계에 근무하는 6,000명의 창의력 수준을 측정해 그중에서 창의력 수준이 가장 낮은 회사를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회사들에서 상당한 공통점이 도출됐다. 그것은 회사가 꽤 장기간 지속적으로 직원들을 퇴사시켰고, 그 결과 회사 내에서 직원들 간에 극심한 경쟁과 불신이 가득했다는 점이다. 신뢰가 낮은 조직은 창의성도 낮다는 점이 실제로 증명된 것이다.
 

글=이병구 네패스 회장(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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