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라 캠핑장에서 보낸 1박2일

“아들아, 여행갈까?”
“좋지요. 어디로 모실까요?”

약간은 들뜬 아들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 느껴집니다. 

몇년도 되지 않아 거제도 곳곳에 캠핑장이 많이도 들어섰습니다. 

가족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아들과 퇴근 후 바로 구조라 캠핑장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아내는 “참 잘했어요. 오랜만에 아들과 좋은 시간 좋은 대화 많이 나누고 오세요.” 

곧 대학교 졸업을 앞둔 막내딸은 “치치뿡~” 하며 “어떻게 둘이만 갈 수 있냐”며 카톡창에 이모티콘을 막 날려보냅니다.  열심히 공부하며 아름다운 꿈을 키우는 딸이 너무도 이쁩니다. ^^

퇴근해서 집에 와보니 이미 아들이 캠핑 장비를 한아름 다 챙겨놨습니다. 곧바로 구조라 마을로 향합니다. 캠핑장에는 벌써 캠핑카들이 여러 대가 도착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멋진 캠핑카도 아닌 2인용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멋진 캠핑카에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아들과 단둘이 하룻밤 머물 공간, 그 어느 멋진 캠핑카보다  포근해 보입니다. 텐트가 완성되고 이번에는 바람막이 텐트를 입구에 하나 더 설치합니다.

우리들만의 작은 감사응접실을 만들기 위해 뚝딱뚝딱 10분 만에 완성했습니다. 이제는 가스버너에  불판을 얹고 삼겹살을 굽기 시작합니다. 퇴근 후 바로 온 터라 배가 고프니 얼마나 맛나는지 삼겹살에 볶음밥까지 아들과 캠핑 음식을 맛나게 먹으며 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합니다.

아들은 며칠 전에 아들이 일본 배낭 여행으로 그동안 내가 바빠서 미처 다듣지 못한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아들은 대학 졸업하고 조선소의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조선경기 불황으로 회사를 나오고 LG전자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자기는 회사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입사 1년 만에 그만둔 것이 약 두달 전입니다. 

제2의 꿈을 향해 달리는 아들을 응원해 봅니다. 몇 년간 성실하고 착실하게 회사생활을 한 덕분에 제법 큰 돈으로 동생 해외 어학연수도 보내주는 아주 아주 착하고 멋진 놈입니다. 

아들이 보여준 믿음 덕분에 아들의 진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버지의 마음으로 기도만 할 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김치볶음밥까지 해서 먹고나니 시간도 어느덧 10시가 넘었습니다.

아들에게 “함께 캠핑 와줘서 고맙다” 하니 “자기는 어려서 가족과 자주 나와서 그런지 아버지와 이렇게 둘이 나오는 게 아주 좋다”고 답합니다. 

‘진작 둘이서라도 자주 나올걸.’

바빴다는 이유를 대면서 이렇게라도 나오니 그저 감사함이 가득합니다. 가족전체 여행은 자주 했지만 단 둘만의 여행이라 그런지 의미가 더 깊은 것 같습니다. 

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이번에는 인생선배랍시고, 조언과 함께 한마디 ‘툭~’ 던져 봅니다. 

“열심히 해.”

식사를 마치고 잠시 바닷가 산책도 하며 아름다운 밤바다를 거닙니다.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바다. 사진도 찍고 옛날 추억도 나누며 다시 텐트로 돌아옵니다.

준비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기 위해 쫀드기도 굽고 과자도  준비합니다. 영화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끝나 그제서야 잠자리에 드는데 아들은  “비가 오면 텐트는 더욱 운치가 있다”며 씩~ 웃습니다. 새벽 3시반 텐트를 툭툭 치는 가랑비에 신기하면서도 운치를 더해주는 가랑비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아침으로 맛있는 라면을 끓여먹고 바닷가 방파제를 한 바퀴 돈 다음 ‘1박2일 구조라 캠핑여행’을 마쳤습니다.

집으로 향하던 중 ATV(산악오토바이)숍에서 두 대의 오토바이를 빌리는 아찔한 모험정신도 발휘해 봅니다.  

둘다 처음이라 많이 설레입니다. 흐린 날씨였지만 공기 좋은 비포장길을 맘껏 달리고나니 짜릿함이 솟구칩니다.

1박2일 무작정 떠난 아들과의 여행. 무엇보다 그동안 새로운 일을 준비하느라 답답했을 아들의 환한 얼굴을  보니 더욱 기쁘고 행복합니다. 아들과의 멋진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 삼성중공업 최형택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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