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감사 - tvN '나의 아저씨'

얼마 전 종영한 tvN의 16부작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독특한 줄거리를 가진 작품이었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치유해가는 참 따뜻한 드라마이다. 

여주인공 이지안은 사채업자의 빚 독촉과 폭력에 내몰리고, 식당 알바와 파견직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며 병약한 할머니를 수발하는 ‘손녀가장’이다. 게다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당방위로 행한 살인으로 인해 ‘살인자’라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에 고통 받는다. 그렇게 고작 스물한 살 밖에 안 되는 나이에 삶의 막장을 경험하고 더는 인간에 대한 신뢰나 기대 따위는 포기한 지 오래인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이 파견직으로 일하는 회사의 부장인 박동훈의 인간적인 배려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은 박동훈을 회사에서 퇴출시키려는 일체의 음모를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까지 막으려는 데에 이른다. 왜 그랬을까. 그녀는 말한다. “처음이었는데… 나에게 네 번 이상 잘해준 사람…” 자신에게 돈을 주고 음모를 꾸민 사람까지 배신해 가며 박동훈 부장을 지키려 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내게 ‘잘해준 사람’이라는 것.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너무도 당연한 가치들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서 ‘나의 아저씨’는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잘해 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었다.

또한 이 드라마는 감사가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 표현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scene1> 아무 하고도 대화조차 하려들지 않았던 이지안은 어느 늦은 밤 자신의 귀가 길을 지켜주려 동네 사람들이 함께 집 앞까지 바래다 주었을 때, 망설임 끝에 입을 떼어 말한다. “감. 사. 합. 니. 다.” 굳게 닫아걸었던 세상과의 소통을 처음 여는 말이 그것이었다.

<scene2> 드라마의 후반부에서 박동훈은 도청 앱을 이용해 이지안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들여다봤음을 알게 된다. 그가 배신감에 치를 떨 줄 알았던 이지안에게 박동훈은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고맙다. 그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소통의 시작과 끝이 모두 ‘감사’로 귀결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8회차 이후부터는 종영이 다가오는 게 너무 아쉬워 어린아이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아껴가며 조금씩 혀로 핥듯이 그렇게 가슴 졸이며 시청했던 방송. 내게도 ‘인생 드라마’라는 게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나의 아저씨’를 첫손에 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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