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감사

“잔액이 부족합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잔액이 부족하다는 버스 단말기 소리에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 지갑을 뒤져보니 5만원짜리 뿐이다.
‘어쩐다?’ 
버스 안의 모든 이들이 나만 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3322번의 50대 초반 남성 버스 기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묻는다.
“잔액이 얼마나 있는데요?”
“잔액이 아예 없어요. 현금도 5만원짜리밖에 없는데 어쩌죠?”
“담엔 교통카드도 꼭 갖고 다니세요.”
“고맙습니다. 다음 버스 탈 때 두 번 낼게요.”
몇 번이나 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버스에서 내렸다. 돌아오는 길에 주변 지하철에 들러서 어르신 교통카드에 5만원을 충전시켰다. 집으로 가는 버스 3322번을 다시 탔다.
“기사님, 좀 전에 충전이 안 된 어르신 교통카드로 3322번 버스를 탔다가 버스요금을 못 냈어요. 두 번 찍을게요.”
“와, 전 이런 분 처음 만납니다. 됐습니다. 한 번 더 안 찍으셔도 좋습니다.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는 걸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기사는 아무리 더 찍겠다고 우겨도 기분좋은 분을 만난 선물이라며 찍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 ‘어르신 교통카드’를 사용하면서 낭패를 보는 어르신을 많이 보았다. 
가끔 지하철에서만 ‘우대’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 교통카드로 버스를 탈 때면 운전기사들이 어르신들에게 얼마나 모욕을 주고 하대를 해대는지 여러 차례 목격하지 않았는가.
선한 마음의 기사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르신’이라는 호칭과는 무관하게 홀대받으며 어쩔 수 없이 한 켠으로 비켜서야 하는 ‘나이듦’의 삶. 딱한 형편을 이해하고 배려해줌으로써 살아갈 가치를 느끼게 하는 기분좋은 인연을 오늘 두 번이나 만나다니.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 이 글은 박계화 수필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온라인 글을 지면으로 옮겨온 것입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