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인 감사가 빛난다

백전애모회 공동대표인 김만규(79·왼쪽에서 셋째) 인하대 명예교수가 푸른 유엔기를 들고 있다. 꽃으로 표현된 국기들, 꼭 가서 보았으면 한다. <사진 = 조선일보>

 

분명 대한민국 땅인데?
감사의 핵심은 표현과 나눔이다. 말로 글로 전달되어야만 효과가 극명해진다. 여기에 외화(外化)된 물질이 동반되면 금상첨화다.

“예전에는 산골짜기 사람들이라서 꾸밈없고 순수하여 다스리기가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여러 번 굶주림과 전염병을 겪은 뒤로 미풍양속이 매우 무너졌다.”

조선시대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만든 ‘여지도서’ 연천군 편에 실린 글이다.

사실 기아와 전염병 앞에서 서로 협력하며 산다는 건 어렵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지역이 산골짜기라는 것이다. 아무리 깊은 오지라도 그리 낯설지 않은 곳이 대부분인데 경기도 연천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우리에게서 멀게만 있다. 왜 그럴까?

경기도 연천군에 대한 설명을 보자.

“경기도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은 연천읍과 청산면이 포천시와 접하고 있음. 서쪽은 장남면이 파주시와, 북쪽은 신서면이 황해도의 금천로 및 강원도 철원군과 인접해 있으며, 남쪽으로는 전곡읍 간파리가 동두천시와 경계를 이룸.”

설명 그대로 연천은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그래도 대한민국 땅이라는 생각이 확 와 닿지 않는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얼마 뒤 한반도에는 38도선이 그어졌다. 이때 연천은 북한 땅이 되었다. 1950년 발발한 그 치열했던 6.25전쟁이 끝날 때까지 연천은 북한 체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전쟁이 끝난 지 65년이 지났고 지금은 엄연히 대한민국 땅인데도 왜 우리 가까이 와 있지 않을까? 아마 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남북문제가 잘 풀려 왕래가 잦아지게 되면 경원선이 다시 북으로 달릴 것이고, 그러면 연천은 우리 이름에 자주 오르내릴 것이다.

 

국기꽃밭이 만들어지다
오지 아닌 오지로 인식되고 있는 연천 역사를 언급한 데에는 그 어느 곳보다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연천의 한 공간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 기사를 읽고 꼭 그곳을 찾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곳은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에 있는 ‘한국전쟁 유엔참전국 국기꽃밭’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전동리에는 ‘백전애모회’(백학면 전동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있다. 이들은 한국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유엔참전국에 감사를 표시하고 싶어 했다. 방법을 찾다가 참전국 국기를 꽃밭으로 꾸며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때 망재원이라는 작은 정원을 가지고 있던 김만규 인하대 명예교수가 흔쾌히 사유지 200평을 내놓았다. 2013년의 일이었다.
몇몇 국가의 국기꽃밭을 보자.

붉은 패랭이꽃밭 가운데 흰 조약돌로 초승달과 별 무늬를 만든 꽃밭은 터키 국기, 빨간 단풍잎 모양을 만든 꽃밭은 캐나다 국기, 페추니아 흰색과 보라색으로 표현한 꽃밭은 그리스 국기이다. 주로 패랭이꽃과 페추니아를 이용해 만든 국기꽃밭은 그 정성만으로 보은(報恩) 감사를 느낄 수 있다.

그럼 잠시 국가기록원에 쓰여 있는 유엔군 참전 규모와 의의를 보자.

“이들의 참전 의의는 회원국들이 파견한 병력의 규모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평화의 파괴자’에 맞서 국제기구의 집단적 행동으로 평화를 회복하려는 노력이었기 때문이다. 세계대전의 전화가 가신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와 자유의 위협에 대해 세계는 ‘유엔헌장에 입각해 이를 집단행동으로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감사는 시각이다
‘평화’만을 위해 참전한 유엔국가의 피해 상황은 꽤 컸다. 그 내역들이 꽃밭 앞에 설치된 팻말에 적혀 있다. 

미국은 178만 9000명이 참전해 3만 6940명이 전사하고 9만여 명이 부상당했다. 벨기에는 3498명이 참전하고 99명이 전사했다. 필리핀은 740명이 참전하고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 포로 등을 포함해 398명의 피해가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3518명이 참전해 657명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했다. 네덜란드는 5322명이 참전하고 768명이 피해를 보았다. 프랑스는 3421명이 참전하고 1298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도 피해 상황은 이어지지만 여기까지만 쓴다. 아픔만 커지니까.

6월은 ‘호국 보훈(護國報勳)의 달’이다. 호국(護國)은 ‘나라를 보호하고 지킨다’는 뜻이고 보훈(報勳)은 ‘공훈(功勳)에 보답한다’는 뜻으로, ‘호국 보훈’은 ‘나라를 지킨 공을 세운 사람의 공훈에 보답하는 것’을 의미한다. 6월이 호국 보훈의 달이 된 것은, 현충일(6월 6일), 6.25한국전쟁(1950. 6. 25), 제2연평해전(2002. 6. 25) 등이 있어서다.

6월은 유독 더운 달이다. 지구 온난화로 한여름과 다름없다. 이 무렵이면 봄꽃들도 이미 사라지고 산과 들은 푸르러만 간다. 어디로 갈 것인가? 그래서 제안해본다. 남북 분위가 좋아지고 있는 요즘, 평화가 더 가까이 오고 있는 이 계절에 ‘한국전쟁 유엔참전국 국기꽃밭’을 가보자. 평화를 안겨준 감사의 마음을 아름다운 꽃으로 전하고 있는 그곳 주민들의 진정 어린 감사를 배울 수 있고, 감사는 말과 글뿐만이 아니라 시각적인 그 무엇으로 표현되어야 더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덤으로 우리 마음 가득 인류 평화의 참 정신을 담아오면 더 감사하는 일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2016년부터 개방한 그곳, 꽃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길을 나서보자.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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