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창

00_안남웅

 

옛날 어느 곳에 젊은 홀아비가 살고 있었는데 옛말에도 “홀아비 살림에는 이(lice)가 서 말”이라고 했듯이 빨래를 제대로 해 입지 못한 탓인지 이가 많았다. 워낙 천성이 착한 이 홀아비는 차마 생겨나는 이를 모두 죽이지 못하고 뒤뜰에 독을 하나 묻어 놓고, 잡아서는 넣고 또 잡아서는 넣고 하길 수년, 잡은 이가 독으로 하나 가득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니 웬 동자가 나타나서 “내일 우리들을 시장에 내다 파십시오. 누가 ‘이도 장에 나왔군’ 하거든 ‘산삼도 장에 나왔네’ 하면 놀라 도망치는 사람이 있을 테니 그 사람을 따라 가십시오” 하고는 사라졌다. 이튿날 이를 장에 가지고 갔더니 정말 웬 선비가 와서 “허참 이가 다 시장에 나왔네” 하기에 “산삼도 장에 나왔네” 하고 받아 넘겼더니 그 선비가 깜짝 놀라 도망을 쳤다. 홀아비는 바로 저 사람이구나 하고 뒤를 따라 가니 어느 깊은 산골로 들어가더니 조그만 굴속으로 쏙 들어갔다. 굴 입구에 앉아 있던 홀아비는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보니 주위 모두가 산삼 밭이었다. 그는 산삼을 캐어 시장에 내다 팔아 큰 부자가 되어 잘 살았다고 한다.

누가 지어낸 황당한 이야기지만 의미가 있는 이야기이다. 사람을 괴롭히는 미물에 지나지 않는 ‘이’조차도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보은에 대한 역설적인 강조이다. 나는 매주 일요일 밤 채널A에서 방영되는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라고 하는 프로를 즐겨 본다. 지난주에는 두 여인 탈북자의 스토리가 모든 시청자들의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한 사람의 이름은 이순실이고 다른 여인의 이름은 이정실이다. 이 두 여인은 탈북하다 붙잡혀 정치범 수용소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정실이라고 하는 여인은 발에 동상이 걸려 진물이 나고 발톱이 세 개나 빠진 상태였다. 이것을 곁에서 지켜본 이순실이라는 여인이 자신의 양말 한 짝을 벗어 이정실에게 신겨 주었다. 

얼마 후 비가 내리는 밤에 밖에서 모두가 기합을 받는데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리게 하였다. 그때 엎드려 있던 이순실의 눈앞에 커다란 지렁이 한 마리가 기어가는 것이 보였다. 너무나 배가 고팠던 이순실은 잽싸게 지렁이를 입에 넣고 질근질근 씹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것을 본 보위부원이 가죽 채찍으로 사정없이 등짝을 후려쳤다. 그때 옆에 엎드려 있던 이정실이 이순실의 등위에 올라타서 대신 자신이 매를 맞는 것이었다. 그 후 그녀들은 석방이 되어 다시 탈북을 시도해 10년 만에 남한에서 재회를 하였다. 남한에서 처음 만난 날 이정실은 자신의 집으로 이순실을 초대했다. 탈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살림이 넉넉지 않은 그녀는 줄 것이라고는 자신이 아끼던 옷가지 몇 벌이 전부였다. 그녀는 장롱을 열어 옷을 있는 대로 싸서 이순실에게 주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눈물을 쏟게 만든 대목은 바로 여기였다. 이순실의 옷 사이즈는 88이었고 이정실의 옷 사이즈는 55였다. 주는 자나 받는 자나 자신의 사이즈를 모를 리가 없었다. 이정실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이순실이 베풀어준 은혜 때문에 그나마 발톱이 두 개는 멀쩡하다면서 어떻게든 보은을 하고 싶은데 가진 것이라고는 옷 몇 벌밖에 없어 미안하다고 이것이라도 받아달라고 울더라는 것이다. 이순실은 비록 그 옷이 자기의 몸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정실의 마음을 알기에 그 옷을 받아들고 집에 고이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잘못하는 것은 마음속에 단단히 새기면서도 그들이 나에게 유익을 베푸는 것은 물결 위에 새겨 놓는다. 감사란 받은 은혜에 대한 보은(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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