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초콜릿 케이크 레시피
양일선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 유학 시절 들었던 목사의 설교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목사는 소금, 설탕, 소다, 코코아, 밀가루 등을 탁자 위에 늘어놓더니 말했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나씩 찍어서 맛을 보세요.” 사람들이 가루를 찍은 손가락을 혀끝에 댔습니다. 설탕은 달았고, 소금은 짰고, 소다와 코코아는 썼고, 밀가루는 텁텁했습니다. 모두 자리로 돌아가 앉자 목사가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맛본 이것들은 초콜릿 케이크의 재료입니다. 달고, 짜고, 쓰고, 텁텁한 맛이 합쳐져 조화를 이뤄야만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가 탄생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조화를 추구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우리 인생의 레시피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뒷모습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나태주 ‘뒷모습’ 3연)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도 산문집 <뒷모습>에서 똑같은 말을 했지요. “뒷모습이 진실이다.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합니다. 10년 전 절망의 벼랑 끝에서 선택한 것이 감사일기 쓰기였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감사일기 쓰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춘기 아들의 얼굴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술평론가 이명옥은 “뒷모습은 그림 속 인물과 관객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고 했지요.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나태주 ‘뒷모습’ 1연)

휴일(休日)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에서 이런 피서법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①송단호시(松壇弧矢, 송단에서 활쏘기) ②괴음추천(槐陰鞦遷, 홰나무 그늘에서 그네뛰기) ③허각투호(虛閣投壺, 빈 정자에서 투호놀이 하기) ④청점혁기(淸簟奕棋, 깨끗한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⑤서지상하(西池賞荷, 돈의문 밖 연못인 서지에서 연꽃 구경하기) ⑥동림청선(東林廳蟬,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⑦우일사운(雨日射韻, 비오는 날에 시 짓기) ⑧월야탁족(月夜濯足, 달밤에 발을 물에 담그기). 한자 쉴 ‘휴(休)’는 사람 인(人)과 나무 목(木)을 합한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자연과 더불어 소소한 행복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공짜
어느 초등학교 2학년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하지만 생각이 달랐던 한 학생이 시(詩)로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공짜는 정말 많다/ 공기 마시는 것 공짜/ 말 하는 것 공짜/ 꽃향기 맡는 것 공짜/ 하늘 보는 것 공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초등학생의 시 ‘공짜’의 목록은 무한했습니다. “나이 드는 것 공짜/ 바람소리 듣는 것 공짜/ 미소 짓는 것 공짜/ 꿈도 공짜/ 개미 보는 것 공짜.” 문득 ‘공짜’를 ‘감사’로 바꿔서 읽어봤는데, 신기하게도 말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 만물(萬物)에 감사할 수 있다면 ‘만인(萬人)의 만인에 대한 감사’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작은 한 걸음
1969년 7월 20일 수억 명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나흘 전인 7월 16일 닐 암스트롱은 조종석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발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만큼 비좁은 공간에 자신의 몸을 구겨 넣은 채.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목표가 거창해도 밑바닥에서 출발해야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서 실패를 해봐야 거기서 실패하지 않아요.” 주어진 상황을 견뎌야 하고, 작은 승리를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제미니 8호와 아제나 위성의 도킹이 성공했기에 아폴로 11호의 도전이 가능했듯이. 작은 한 걸음one small step이 없으면 위대의 도약one giant leap도 없습니다.

라스트 맨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퍼스트 맨>에서 닐 암스트롱이 ‘어떻게 달에 갔는가’보다 ‘왜 달에 가려고 했는가’에 주목했습니다. 암스트롱이 우주비행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두 살 때 죽은 딸이었습니다. 아폴로 11호로 달 탐사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 사람은 두 아들이었습니다. “꼭 돌아와요.” 두 아들은 아빠와 포옹했고, 악수를 나눴고,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지구로 귀환한 암스트롱이 가장 먼저 유리벽 너머로 손 키스를 나눈 사람도 아내였지요. 가장(家長)이라는 ‘퍼스트 맨’이 진정성을 가지고 만나는 ‘라스트 맨’은 결국 가족(家族)입니다. 한 사람a man은 가족을 통해 인류mankind와 소통합니다.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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