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황감사로 긍정성을 올리자

 

주말을 이용해 김장을 하러 서산 갯마을 처갓집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아내의 동행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왕이면 기쁜 마음으로 하자고 마음먹고 아내와 처형을 승용차에 태우고 서산을 향해 달렸다.  

아내와 처형이 텃밭에서 속이 꽉 찬 배추를 골라 칼로 밑동을 잘랐다. 고향에서 장모를 모시고 사는 처남과 함께 손수레를 이용해 배추를 앞마당으로 옮긴 다음 절반을 갈라 소금물에 절였다. 굵직하게 잘 자란 무를 뽑아서 잎을 잘라내고 물에 깨끗하게 씻어놓았을 무렵 처제도 도착했다.  

절인 배추에 준비한 양념만 버무리면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총각김치와 섞박지에 서산의 특산물인 갯국지를 만들기까지 김장은 끝없이 이어졌다. 장모님이 다듬어놓은 파와 남은 양념으로 파김치를 만들 무렵에는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되었다. 그런데 온 가족이 둘러앉은 저녁 밥상 앞에서 처형이 이렇게 말했다.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질 것처럼 잔뜩 찌푸렸던 날씨가 김장을 시작하며 개어서 감사합니다.”
아내도 한 마디 덧붙였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김장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인생 50을 넘겨서야 처갓집에 김장을 하러 왔습니다. 늦게라도 가족과 함께 행복을 맛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돌아가며 이렇게 소감 하나씩 나누다 보니 ‘감사 김장’이라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처남이 보탠 한 마디에 웃음꽃이 피었다.

“올해는 ‘감사 양념’을 넣었으니 김장이 더 맛있겄네유.”

가족들이 겨우내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김장문화’는 2013년 12월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가족이 기초가 된 공동체가 함께 만들고, 여러 세대에 걸쳐 전수됐으며, 김치가 독창적이고 유익한 발효식품인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한다.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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