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사 - 악인전(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 2019)

아침에 감사쓰기로 하루를 열고, 저녁에 감사일기로 하루를 닫고, 감사 에너지를 더 얻기 위해 간혹 100감사를 쓰는 궁극은 어디일까? ‘범사 감사’일 것이다. 그런데 모든 일에 대해 모든 사람에 대해 감사하는 ‘범사 감사’, 과연 가능할까?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며 사기를 일삼고 매사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조폭 집단, 승진 욕심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나쁜 세력과도 손을 잡으면서까지 도박을 감행하는 형사들, 어릴 적 아버지한테 폭력에 시달렸다는 어설픈 과거 하나만 가지고 아무 감정도 없이 오직 칼끝의 쾌락만을 위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자가 있다. 

누구한테도 져본 적 없고 그래서 그 누구도 무섭지 않은 조폭 두목이 오로지 감정 없는 칼에 찔렸다고 분개하며 찌른 자를 복수하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습, 자신이 쫓던 사건이 광역수사대에 넘어가자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상사 몰래 살인범을 잡으려고 질주하는 형사의 불법 행위, 자신이 죽이지 않은 사건을 두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며 조폭에게 흔적을 남기는 연쇄 살인마의 코미디 같은 광기가 있다.

이들에게서 어떤 감사를 찾을 수 있을까?

“1. 불법 오락실 운영으로 도박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분들에게 숨통을 틔어주어 감사합니다.
2.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반드시 감옥에 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조폭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3. 승진 욕심이라도 있어 반드시 연쇄 살인범을 잡기 위한 뚝심을 보여주는 형사가 있어 감사합니다.
4. 폭력에 시달린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연쇄 살인범 덕분에 누구에게도 폭력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일깨워주어 감사합니다.
5.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어 감사합니다.”

이렇게 쓰는 감사의 궁극은 무엇일까? 반면교사로 그들처럼 살면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기 위함이 아닐까?

인류를 통틀어 ‘범사 감사’를 실천한 분들이 얼마나 될까? 문득 자신의 자식을 살해한 죄수를 용서하고 그를 위해 기도하면서 사형제 폐지 운동을 하는 분들이 생각난다. 서대문형무소 해설을 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적극 주장했던 내 자신이 영화 재판 장면에서 들었던 생각 때문이다. 혹 증거 불충분으로 사형을 선고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조바심이 왜 들었을까?

“니들은(형사) 월급 받으려고 일하지. 우린(조폭) 목숨 걸고 일해.”

‘범사 감사’의 길, 요원하지만 목숨 걸고 하면 가능할까? 이에 감사한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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