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감사 - 기생충(PARASITE, 2019)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나서 ‘정원수’라는 제목의 시를 썼습니다.

“유리창 앞으로 눈부시게 푸른 잔디가 / 잔디 주위로 인형처럼 다듬어진 정원수가 / 소파에 앉은 이에게 영원할 것 같은 행복감을 안겨주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마당에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며 / 단풍나무, 목련, 향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 세월이 흐를수록 좁은 마당이 답답해 / 모두 뽑아버리고 장미나무 한 그루만 다시 심었다. 지금은 없어진 성장의 집에서.

자식은 10층 베란다에서 재벌집 정원 못지않은 / 공공의 마당을 굽어보며 철학을 하는 사이 / 가세가 기운 부모님은 마당도 나무도 없는 / 곰팡이만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반지하에서 /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아프기만 했다.

반지하에서 일층으로 올라간 부모님을 뵙던 날 / 현관문 앞에 있는 커다란 감나무를 보고는 / 왜 그 집을 골랐는지 어렴풋이 연결을 시켜보았다 / 시골집 그 많던 감나무가 그리웠을까. 그랬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 복자기 심어져 있는 거리를 보며 족발을 뜯는데 / 속이 아려오기만 한다. / 나도 돈 벌면 감나무 가득한 그 시골집을 다시 사서 / 함께 성장한 가족들에게 큰 기쁨을 주면 좋으련만 / 엄마는 하늘의 별이 되어 있고 /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그 소망은 요원할 것 같고 / 그저 남은 생은 복자기 너머 칙칙한 회화나무 수피처럼 그렇게 흑색일 것이다

우주는 의도도 목적도 없다고 하지만 / 이승의 모든 삶들은 목적을 준다. 오직 비교 속에서 / 그래. 인생 뭐 있나? 지면 또 피는 꽃들처럼 / 20년 한 가족을 열심히 일군 것처럼 / 하루를 힘차게 열어가면 되지 않는가 / 베란다 정원을 굽어보는 정한수 앞에서 / 우리 아들 모의고사 잘 보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하는 게 삶이 아닌가

오늘 지나는 길 / 감나무에 살짝 인사를 해야겠다 / 그래야겠다.”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가 오가는 영화 ‘기생충’이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부모님과 가족을 떠올리게 해주신 봉준호 감독님,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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