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일 의학박사의 건강이야기

 

이 세상에서 허리 아팠던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혹시 있다면 운이 좋아서 아직 안 아픈 사람들과 운이 나빠서 미리 죽은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우리 몸은 수없이 많은 세포와 조직과 장기와 관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우리 몸 속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지내야 우리는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몸의 어떤 부분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게 된다면 그 부분에 고장이 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늘 목에 대해서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목에 고장이 났다는 뜻이요, 어깨에 항상 신경을 쓰게 만드는 경우는 어깨에 병이 있다는 뜻이며, 허리를 의식하게 되는 사람은 허리에 병이 있다는 증거이다. 

오랫 동안 요통으로 시달림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콱콱 쑤시는 아픔 때문에 고생한다기보다는 자기가 지금 ‘해야 되는 일’ 이라던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좌절감 때문에 더 괴로워하고 있다. 성질이 급한 어떤 환자들의 경우에는 ‘수술을 해서 떼 낼 것이 있으면 당장 떼 내 달라’고 졸라 대어 망설이고 있는 의사들을 수술 쪽으로 몰아가는 수도 있다. 사실은 모든 요통 환자들 중에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1%도 안 되는 정도이다. 요통에는 반드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와, 수술을 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경우와, 수술 외의 방법으로 치료해도 무방하고 수술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경우 등의 세 가지가 있다. 

수술을 반드시 해야만 되는 경우에는 환자가 거절하더라도 의사들은 강력하게 수술을 받는 방향으로 환자를 설득할 것이며, 반대로 수술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는 환자가 아무리 원하더라도 전문의 들은 수술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술을 해볼만한 이유도 있고 수술 외의 방법을 시도해볼만한 여지도 있는 어중간한 상태에 있을 경우에는 환자의 극성스러운 요구가 치료의 방향을 정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수술을 꼭 해야만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을 안 하는 것이 현명하다. 앓던 이를 빼면 시원해지듯이 아픈 허리를 수술하면 금방 시원해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요통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는 염좌, 과다 사용, 추간판 탈출, 퇴행성 질환 등을 들 수 있다. 염좌(sprain)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쓰는 “삔 것”에 해당되는 말이다. 뼈와 뼈를 연결하는 인대(아주 질긴 조직)라던가 근육과 같은 연부조직에 미세한 손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무거운 것을 들다가 “삐끗”하거나 넘어지거나 떨어지거나 하는 등의 물리적 충격을 받을 때 흔히 생긴다. 과다사용(strain 긴장)이라고 하는 것은 인대나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한 결과로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잘못된 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비록 비교적 편한 자세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게 오랫동안 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그 조직이 비정상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염좌와 과다사용은 엄격한 의미에서는 서로 다른 것이지만 임상적으로는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때로는 혼용해 쓰는 용어이기도 하다. 염좌나 과다사용에 의하여 생기는 요통은 대부분의 경우 ‘앉아있는 자세’에서보다 ‘서있는 자세’에서 더 아픈 것이 특징이다. 

추간판탈출증에 의한 요통을 일반사람들은 그냥 “디스크” 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디스크라고 하는 것은 허리뼈와 허리뼈 사이에 물렁뼈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병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높은 데서 떨어졌을 때, 무거운 것을 들었을 때처럼 추간판에 지나친 압력이 가해질 경우라던가 추간판에 퇴행성 변화가 생겼을 때 이 추간판이 밖으로 삐져나오는 수가 있다. 추간판에는 앉아있는 자세에서 가장 큰 압력을 받기 때문에 이런 환자는 ‘서있을 때’보다 ‘앉아있을 때’ 더 많은 통증을 느낀다. 

퇴행성 변화에 의한 요통은 흔히 중년 이후에 온다. 퇴행성변화라고 하는 것은 쉽게 말해서 노쇠화현상을 의미한다. 퇴행성 변화에 의한 요통은 특히 ‘가만히 있던 자세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잘 나타난다. ‘아프다’기보다는 ‘뻣뻣하다’고 표현하는 환자가 많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라던가 한참 앉아 있다가 일어서려고 할 때 특히 허리가 뻣뻣하고 아픈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허리병의 치료와 예방에는, 허리 관절의 유연성 유지와 허리 근육의 강화가 요령이다. 가장 간단한 허리운동법을 몇 가지 소개 한다.

첫번째 운동은 드러누워 구부린 두 무릎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흔들 하는 것이다. 이것은 허리 주위의 조직을 부드럽게 풀어주기 위함이다. 두번째는 무릎을 가슴에 껴안는 운동이다. 우선 한쪽 무릎을 두 손으로 잡아 가슴까지 끌어올려 껴안은 후 그 다리를 풀어주어 쭉 펴게 한 다음에는 반대쪽 무릎을 같은 방법으로 껴안았다 놔 준다. 다음에는 두 무릎을 한꺼번에 껴안았다 놔주는 운동을 되풀이한다. 세번째는 배의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운동이다. 배의 근육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요통치료와 예방에 매우 중요한 운동 중의 하나가 된다. 반듯이 들어 누워서 두 무릎을 구부린 다음 머리를 들면서 상체도 무릎 쪽으로 들어 올린다. 이상의 운동은 어떤 공식에 얽매이지 말고 편안한 범위 내에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꾸 되풀이해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나의 운동은 나에게 알맞게 해야 한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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