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일 의학박사의 건강이야기

 

이 지구 위에는 75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 그 중 극히 일부가 환자이고, 또 극히 일부가 건강한 사람이다. 그 나머지는 불건강한 사람이다. 다시 말해서 거의 모든 사람이 늘 불건강한 상태로 살고 있으면서 가끔 잠시 건강의 상태로 되었다가 다시 불건강의 상태로 돌아오거나 또는 병의 상태로 갔다가 다시 불건강의 상태로 돌아오곤 한다는 것이다.

논어(論語)에는 “군자구제기 소인구제인(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 군자는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그것을 남에게서 찾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문제점을 보는 시각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뜻이다. 과오를 타(他)에서 찾는 태도와 자(自)에서 찾는 태도이다.  예를 들면, 병에 걸렸을 때 “병균이 체내에 침입해서 증식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와, “세균이 아무리 입안으로 코 속으로 들락날락 하더라도 몸 안의 면역력이 강하면 아무 탈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로 비교할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건강한 나(自)속으로 해로운 타(他)가 쳐들어온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서양의학에서는 들어오는 타(他)를 막는 방법(차단술)과, 이미 들어온 것을 죽이는 방법(예: 항생제)과, 잘라 내는 방법(수술)이 발달되어 있다. 이렇듯 서양의학의 치료법은 다분히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과오(질병의 원인)를 나(自)속에서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의 힘을 키운다” 즉 “나를 보(補)한다”는 뜻에서 간의 강장제라던가 위의 강장제라는 식의 보약(補藥)을 선호하며 또 보약의 의미를 강조한다. 적을 쳐부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힘을 기르는데 치중하는 방법이고 보니 가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접근법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의 상태는 건강, 불건강, 질병, 이렇게 3단계로 나뉘어지는 데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제2단계인 불건강의 상태에 주로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건강하지는 않으면서, 병이 아닌 회색지대 불건강이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이 불건강을 다스려 보겠다고 회색지대 광야에 쌍권총을 차고 등장한 풍운아가 대체의학이다. 이 대체의학 안에는 묵은 보약, 새로운 보약이 무수히 들어 있다. 대체의학의 등장으로 온 세계의학계가 술렁이고 쑥덕거린다.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도,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창문으로 내다보면서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보는 구경꾼도 많다. 최근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참 건강이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 라고 한 종래의 정의에서 “영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는 영적 요소를 하나 더 추가함으로써 가뜩이나 넓은 불건강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말았다. 

낯설다고 무조건 해를 끼치는 존재로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낯선 이론이나 생소한 요법이라도 그 정체를 침착하게 알아보고 혹시 그 속에 우리가 잘 모르는,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을 줄 도구가 숨겨져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참된 의인(醫人)의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의학의 정보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는 경고의 나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첫째, 대체의학은 제도권 안에 있는 정통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척척 풀어내는 “해결사” 역할을 하리라는 착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둘째, “만병통치”라는 근거 없는 주장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란 있을 수 없다. 셋째, 제도권 의학에 대한 경시풍조 조장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로 회복이 가능한 질환을 불확실한 치료법에 의존하다가 치료의 기회를 놓칠 수가 있다. 넷째, 비윤리적 상술에 연루되고 악용될 수 있다. 다섯째, 아직 효능과 장단기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은, 인체에 해가 될 가능성도 아울러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대체의학의 붐은 기존 의학이 불건강을 효율적으로 다스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보약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지 원래 건강한 사람을 슈퍼맨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어떤 약물이던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더 잘 반응을 하는 것이지, 건강한 사람에게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다소 반응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미미하고 일시적일 뿐이다. 열이 높은 환자에게 아스피린을 먹이면 체온이 뚝뚝 떨어지지만, 일단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난 후에는 아무리 먹어도 체온이 그 이상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어디가 좀 부족한데가 있는 사람들, 즉 “불건강”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것이 바로 가장 좋은 보약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물 한잔이 될 수도 있고, 밥 한술이 될 수도 있고, 한 10분 정도의 낮잠일 수도 있다. 값비싸고 희귀한 약초를 먹어야 보약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할 것을 하지 않을 때와, 해선 안 될 것을 할 때와, 하기는 하는데 제대로 하지 않을 때이다. 그런데 해선 안 될 일은 자꾸 하고, 해야 될 것은 전혀 하지 않고, 좀 무엇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건강하기를 기대하겠는가.  누구든지 음식을 제대로 먹고, 운동을 제대로 하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고, 마음을 편안히 다스리면, 그 자체가 보약이요 면역 촉진제인 것이다. 보약효과도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고 면역 촉진 반응도 우리 몸 안에서 생긴다. 이러한 좋은 일들이 생겨날 수 있는 비결이 평범한 우리 생활 속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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