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36사단 부사관 40명과 나눴던 두 가지 이야기

 

지난 7월 29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육군36사단 예하부대의 중사 40명과 감사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휴가철이라 고속도로가 막혀서 약속한 시간에 도착할 수 없을 뻔했지만 고맙게도 아슬아슬하게 강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혜영 중사 등 감사나눔 시간에 열심히 임해준 36사단 부사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날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하다가 부사관은 군부대 내 사건사고에 늘 긴장하며 지낼 수밖에 없는 최일선 지휘관들이라 ‘한 의자의 법칙’ 이야기부터 나눴습니다. 

한 의자에는 한 사람밖에 앉을 수 없다는 것이 ‘한 의자의 법칙’인데, 군부대 내의 사건사고를 어떤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대할 것인가도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뇌 과학에 따르면, ‘생각’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지만(사람은 하루에 5만~7만 가지 생각을 하지요) ‘감정’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걱정과 근심, 긍정과 감사의 감정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오직 한 사람밖에 앉을 수 없는 내 의자. 여기에 사건사고에 대한 걱정과 근심을 앉혀 놓고 안달하며 수세적으로 살겠습니까? 아니면 긍정과 감사를 앉혀 놓고 어떻게 하면 긍정과 감사를 더 잘 할 것인가 노력하며 살겠습니까? 지휘관과 병사들이 각자 감사일기를 쓰고, 그것을 동료들과 나누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병영 내의 사건사고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건사고를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사건사고에 대한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걱정과 근심은 사라지게 할 수는 있을 겁니다. 

내 인생의 의자에 걱정과 근심을 앉혀 놓고 사는 것은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삶의 태도입니다. 그것은 어둠을 쫓아내려고 검은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럴 때는 차라리 긍정과 감사의 작은 촛불 하나를 켜는 것이 현명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잔혹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나와 사랑과 용서를 전했던 네덜란드의 성녀 코리 텐 붐은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걱정은 내일의 슬픔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힘을 앗아갈 뿐이다.” 

어떤 조건이나 상황 속에서도 거기서 의미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추려내어 어떤 것은 내 것으로 만들고 어떤 것은 과감하게 버려버릴 수 있는가의 능력은 행복할 수 있는 능력과 동일할지도 모릅니다. “가장 용감한 자들조차 두려움을 느꼈다. 중요한 차이는 두려움을 느끼는가 느끼지 않는가가 아니라 두려움을 다스리는 능력과 기술의 유무라고 할 수 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했던 말입니다.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사나눔은 병영뿐만 아니라 세상 어느 곳에서나 그 해법의 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한 의자의 법칙’에 따르면 당신의 의자에는 오직 한 사람만 앉을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의자에 걱정과 감사 중 누구를 앉히겠습니까?

‘일로서의 감사’를 넘어 ‘삶으로서의 감사’를 실천하며 살자는 취지에서 두 번째로 꺼낸 이야기는 안산시립합창단의 스페인 공연 일화였습니다.

안산시립합창단이 스페인으로 공연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합창단을 공연장까지 실어 나르던 버스 기사를 위하여 귀국 전날 단원들이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세계합창연맹(FCM)이 선정한 세계 최고 22대 합창단 중 하나인 안산시립합창단의 ‘한 사람을 위한 즉석 공연’에 감동한 기사는 끝내 눈물을 흘렸지요. 

단원들이 스페인의 관광지에 놀러갔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거리의 악사 한 명이 다가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뒷부분에 화음이 필요한 곡이었습니다. 눈빛을 교환한 단원들은 그 부분에 이르자 일제히 화음을 맞춰 코러스를 넣어 주었습니다.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이 놀라운 즉석 협연을 즐겼습니다.

안산시립합창단 단원들이 버스 기사와 거리의 악사를 위하여 노래를 불러줄 의무는 없었습니다. 노래를 부른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것은 ‘일로서의 노래’가 아니라 ‘삶으로서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행위였습니다.     

우리도 ‘일’을 넘어 ‘삶’으로서의 감사를 실천하고 나누면서 살아보면 어떨까요? 

감사나눔의 시간을 끝내고 율곡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석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사진을 찍다 보니 모두의 얼굴이 찡그려졌지만 하회탈처럼 활짝 웃는 얼굴이 되었기에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