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언의 마음산책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것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공간이든, 새로운 것으로 채우려면 반드시 비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잘 비우고 잘 채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에도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있다. 그것이 바로 ‘정리의 기술’이다. 보통 ‘정리’라고 하면 물건을 버리거나 특정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때 정리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필요 없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필요한 것을 제 자리에 맞게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버려라.’라고 말한다. 설렘은 미래지향적인 것이며, 그 반대인 미련은 과거집착형이라고 할 수 있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언젠가는 쓸 것 같다는 미련 때문에 당장 정리하지 못하는 것들은 결국 우리의 발목을 잡아 미래가 아닌 과거에 묶어두는 것이다. 
『청소력』의 저자 마스다 미쓰히로는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도 들어오지 않고 새로운 운명도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일상에서 버리고 정리해야 할 것들을 크게 3가지로 나누는데, 그 첫째가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우리의 에너지를 빼앗는 것, 둘째가 과거의 깊은 생각, 셋째가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다. 그는 이 세 가지는 모두 불필요한 것들로, 그 자체가 마이너스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지적하고, 그것들을 버리고 정리하는 것은 과거의 굴레, 자신이 살아온 인생, 마이너스로 가득 찬 환경의 자장을 제로로 돌려놓는 행위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들을 버리고 정리해야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것이 어디 물건뿐이겠는가. 마음도, 사람과의 관계도, 나를 둘러싼 환경도 모두 비우고, 내려놓고, 정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사람, 변화된 환경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리란,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거나 공간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어지럽고 복잡하게 얽힌 우리 삶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만드는 일이다. 단순한 청소의 개념이 아닌 삶의 효율을 따지는 문제이며, 불규칙하고 무원칙한 생활습관을 바꾸고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일, 흐트러진 우리 삶을 바로잡는 첫 단추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단순하게 살기’가 참살이의 화두로 떠올랐다. 단순하게 살기는 법정스님이 설파한 ‘무소유’와도 맞닿아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과 영혼을 어지럽힐 수 있는 것들을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물질적 편의를 모두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질에 집착하기보다는 참다운 자신의 존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또한 지금 내가 소유한 것들 중에서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단순하게 살기의 기본이기도 하다. 즉 무엇을 버리고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알아내는 것이 단순하게 살기의 첫걸음인 것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잡다한 생각과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잘 정리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도 우리의 영혼도 더 자유롭고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먼 길을 떠나려면 가방이 가벼워야 한다. 산악인들도 높은 산을 오를 때는 베이스캠프에 잡다한 짐들을 부려놓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들로만 마지막 배낭을 꾸린다. 가방이 무거워서 중도에 주저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번쯤은 마지막 배낭을 꾸리는 산악인의 심정으로 생각도 관계도 주변 공간도 단순하게 정리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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