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일 의학박사의 건강이야기

 

우리 몸에는 약 5리터의 피가 들어있다. 이 피가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을 골고루 순환해야 세포 하나 하나에 필요한 영양과 산소를 공급해 줄 수 있다. 피를 몸의 먼 부분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심장이 마치 물주머니에서 물을 짜내듯이 힘차게 수축해야 하는데 이렇게 율동적으로 심장이 콱콱 수축 하는 박동을 심박이라 하고 이 심장수축의 힘으로 피가 동맥을 통과할 때 그 부분의 동맥이 불룩불룩 팽창하는 박동을 맥박이라 한다.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마다 약 110~130cc의 피를 짜냄으로 1분 동안에는 약 5리터의 피를 뿜어내게 된다. 사실상 맥박은 동맥의 어느 부분에서나 다 생기는 현상이지만 이것이 체표에서 만져지는 부위는 몇 군데 안 된다. 이중에서 가장 잘 쉽게 만져지는 곳이 손목이다. 그래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에서는 바로 이 손목의 맥박을 병의 상태를 알아내는 진단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양의학에서는 맥박이 강하고, 약하고, 빠르고, 느리고, 매끄럽고, 껄끄럽고 하는 등의 특성을 분석 함으로써 심장, 비장, 폐, 신장, 간, 심포, 소장, 위, 대장, 방광, 담랑, 삼 초 등의 열두 장부의 실(實)함과 허(虛)함을 진단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치료와 치료효과 평가에 이용한다. 더구나 아직 병적인 상태는 아니면서 그렇다고 건강함도 아닌 미병(未病)의 상태를 진단하는 데는 특별히 우수한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서양의학에선 맥박의 부위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냥 손가락 끝을 이리저리 옮겨 가면서 가장 잘 만져지는 맥박을 감지하여 맥박의 강, 약, 규칙성, 빈도 등을 진단에 이용하는 것이다. 맥박의 강약은 환자의 일반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하거나 혈압을 측정 하는데 이용한다. 맥박의 불규칙성은 심장의 부정맥을 나타낸다. 맥박의 빈도는 체온의 변화, 심리 상태, 심폐기능의 상태 등을 잘 반영시킨다.
 

맥박수는 갓 태어난 신생아 때는 1분에 130번 정도이지만 성인이 되면 60번 내지 80번으로 줄어 들고, 노년기에는 다시 맥박수가 다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심장의 크기가 작으면 심장이 빨리 뛰고 크면 클수록 천천히 뛴다. 따라서 동물의 경우에는 덩치가 작으면 심장박동이 빠르고 몸집이 크면 비교적 느리다는 뜻이다. 

심장박동수가 1분에 1000이나 되는 뾰족뒤쥐는 포유류 중에 가장 작은 동물인데 평균 수명이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으며, 부농쥐는 4년을 살고, 토끼는 15년을, 개는 18년을, 돼지는 20년, 말은 40년을 살 수 있다. 심장이 1분에 20번밖에 안 뛰는 코끼리는 70년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몸통이 말이나 코끼리보다 훨씬 작은데, 사람이 이들 동물들보다 오히려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예외적인 축복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생물학자들이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포유류에 속하는 대부분의 동물은 그들의 심장이 10억 번 정도 뛰고는 다 죽어 버린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 주어진 심박 또는 맥박 수가 10억 번이니 살아가는 동안 이 심박을 다 써버리면 죽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예외중의 예외가 있다. 그것은 사람이다. 사람은 일생동안 심장이 뛰는 평균 박동 수가 25억 번을 넘기 때문이다. 적어도 평균수명에 관한 한 다른 동물들 보다 2.5배의 축복을 받은 셈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주어진 심박수 는 25억이나 된다는 뜻이며 누구든 자기 심장이 25억 번을 뛰면 죽게 된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심장을 좀 느린 속도로 뛰게 한다면 장수하게 될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운동하는 동안에는 평상시보다 맥박이 빨라 지지만 운동을 안 하는 동안에는 평상시보다 느려지게 되므로 전체적인 맥박수는 줄어든다는 결론이 된다. 따라서 자기에게 알맞는 운동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장수할 수 있다는 말로도 된다.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각 세포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활발한 신진대사는 많은 산소를 더 필요로 하게 되며,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혈액순환이 빨라야 될 것이며, 혈액순환이 빨라진다는 것은 맥박 수가 증가한다는 뜻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맥박수는 산소를 공급하는 폐와 심장의 기능을 반영해 주는 지표가 된다고 하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서 심폐기능을 향상 시키려면 운동을 알맞게 제대로 할 때에만 가능하다 할 수 있다. 충분치 않은 운동을 하면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며, 너무 지나치게 무리한 운동을 하게 되면 건강에 오히려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 알맞는 운동량을 측정하는 계산법은 다음과 같다.
 

(210 - 자기 나이) x 70 % = 알맞은 최고 맥박수
 

가령 50세를 예로 든다면 ( 210 - 50 ) x 0.7 = 112 라는 계산이 나 온다. 즉 맥박수가 1분에 112에 이르도록 운동을 한다면 무리 없이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평상시에 맥박수가 1분 에 70번이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 했다면, 운동이 진행될수록 맥박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드디어 는 112에 도달하게 될 것이고, 바로 이 상한(上限) 안전 맥박수인 112에 도달하게 되면 운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되풀이 한다면 심장과 폐장의 건강을 늘 유지 또는 그 이상의 수준으로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맥박수가 건강의 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일 박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재활병원 원장, 차의과대 통합의학대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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