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사 - 신의 한 수 : 귀수편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 회에서 동백(공효진 분)은 이웃들을 위해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상자를 만든다. 이를 지켜본 용식(강하늘 분)이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이렇게 말한다. “‘고마워요’를 일곱 번이나 들었어.” 이를 본 나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러면서 ‘고마워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작가가 ‘고마워요’라는 말을 듣는 경우는 딱 하나다. 글이 좋았을 때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글을 쓰지만, 독자로부터 감동 멘트를 듣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동백꽃 필 무렵’ 작가는 출연 배우들로부터 칭찬과 감사의 말을 듣는 것 같다. 강하늘 엄마 역할을 하는 고두심은 이렇게 말했다. “대사가 얼마나 찰지는지 눈 뜨면 빨리 촬영장에 가고 싶을 정도예요.” 감사 표현이 생략되었을 뿐이지, 연기 베테랑이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작가를 향한 감사의 마음은 차고 넘치는 것이다.

감사나눔신문에 글을 쓰는 나도 ‘고마워요’라는 말을 들을 만한 기사를 쓰고 싶어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감사가 들어가 있는 내용들을 찾아서 소개하려고 한다. 하지만 영화 감사를 쓰기 위해 보았던 ‘신의 한 수:귀수편’을 보고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 기억에 ‘감사’ 혹은 ‘고맙다’라는 말이 거의 안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정하고 봤으니 뭐라도 써야만 예의일 것 같아 며칠을 고민했지만, 난감함은 좀처럼 멈추지 못했다.

이 영화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다. 한마디로 바둑을 도구로 한 폭력 복수극이다. 이해도 헤아림도 타협도 용서도 없다. 누군가 내 가족을 능멸해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상대도 당연히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것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을 따라 죽어야 했다. 사회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인지, 오로지 흥행 코드에만 충실하기로 작정해 새로운 흐름은 외면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 어디에서 ‘감사’를 읽어내 글로 옮겨야 할지 그 단초를 전혀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호에 소개한 ‘동백꽃 필 무렵’ 나머지 분을 보게 되었고, 이를 다시 소개할까 하다가 이 또한 내가 만든 약속 위배인 것 같아 ‘신의 한 수:귀수편’을 제목으로 적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불문곡직하고 이 영화에 대한 감사를 써본다.

“1. 영화에서 감사 내용이 없는 것을 본 내가 감사를 늘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2. 복수를 하는 것보다 다른 식으로 삶을 해결해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3. 누군가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창작물이 이 시대에 더 필요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4. 베스트셀러라는 생각보다 좋은 느낌으로 감동을 주는 글을 쓸 마음을 다시 갖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5.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 관계자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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