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 감사페스티벌에서 나를 당황케 한 한마디

 

"공감이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와 같은 힘겨운 시간을 겪어보지 못한 내가 쉽게 건넨 말 한마디가 그녀를 더욱 아프게 할 수도 있었으리란 생각에 많이 미안했다."

 

작년 연말 안양교도소에서 감사나눔 공모전 시상식 및 페스티벌이 열렸다. 스텝으로 참여한 나는 행사장에 조금이나마 훈기를 더하고 싶어 무대 주변에 다양한 풍선과 반짝이 장식을 설치하는데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행사가 시작되자 감사쓰기 공모전에 수상자로 선정된 교도소 수용자 가족들을 모신 ‘가족석‘ 한 편에 자리 잡고 앉았다.

내 주변에 함께 앉아 행사를 지켜보는 수용자 가족들의 표정과 눈빛에는 쉽게 가늠하기 힘든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자식이나 형제 혹은 배우자를 교도소에 보낸 그들이 면회실이 아닌 넓은 강당 한 편에서 수용자들을 보는 마음은 어떤 것일지 나로선 헤아리기 쉽지 않았다.

공모전 수상자들이 차례로 무대로 올라와 가족에게 쓴 감사를 읽어주는 순서에서 행사는 절정에 달했다. 내 옆자리에는 한 수용자의 아내가 앉아있었는데 묵묵히 행사를 지켜보는 그녀의 얼굴은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다. 그래도 나와 같은 한 남편의 아내이자 자녀들의 엄마이리라는 동질감이 느껴져 미소와 함께 짧은 한마디를 건넸다.

“고생 많으셨어요.”

그러자 무표정했던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하게 굳어지며 이런 말이 돌아왔다.

“남편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본 적 있으세요? 교도소…. 생각하기도 싫어요. 하지만 자녀들 때문에 살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너무 놀라고 당황해 말문이 막히며 눈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가슴이 답답했다. ‘아….!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녀의 입장을 제대로 헤아리지도 못할 내가 주제넘은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이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와 같은 힘겨운 시간을 겪어보지 못한 내가 쉽게 건넨 말 한마디가 그녀를 더욱 아프게 할 수도 있었으리란 생각에 많이 미안했다.

그래도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곱씹게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에 감사한다. 또한 내가 느꼈던 수용자 가족의 고통과 힘겨움을 교도소 내의 많은 수용자들도 진정 느끼고 살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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