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 반찬 등의 전달 봉사로 사랑을 전하다

처음 ‘우한 폐렴’ 소식을 접하고는 사스나 메르스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영자문을 하고 있는 의료보건NGO인 글로벌케어에 제안을 했다. “기관의 미션과 정체성, 역량에 부합하는 신속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긴박한 상황을 접하면서 긴급 구호팀은 4개 팀으로 구성되었다. 대구동산병원 의료팀, 취약계층 건강돌봄 팀, 경증환자 케어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팀,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팀. 이 가운데 생활치료센터 운영은 정부가 직영 방침에 따라 위탁 운영을 못하게 되었고 나머지 3개 팀만 진행이 되고 있다.

나는 취약계층 건강돌봄 팀의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현장에서 지휘할 필요가 있어서 대구에 1주일 동안 상주하면서 활동했다.

이번 취약계층 건강 돌봄 팀의 궁극적인 목적은 취약계층 600가정에 양질의 영양식 및 보건위생 생필품을 제공하고 건강상태를 체크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도록 함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현지에서 협력할 수행능력이 있는 기관 섭외, 가장 소외되어 건강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대상자 선발, 비 대면으로 정기적인 키트 배분에 참여할 사람들 동원, 키트 제작 등이 주요한 과제였다.

대체적으로 갑작스런 재난재해를 당하게 되면 취약계층이 특히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공적 복지전달체계가 일시 중단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서 취약계층가정은 보건과 복지서비스에서 더욱 소외되고 사각지대가 되어있었다. 글로벌케어는 대구지역의 소외된 취약계층 600가정을 대상으로 긴급구호키트 지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예방 및 건강을 관리하기로 했다. 또한 구호키트 및 반찬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과 계약하여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도록 했다.

긴급구호키트는 영양제와 간편식, 위생용품(손세정제, 면 마스크 등)으로 구성되었고, 균형 잡힌 영양을 위해 반찬세트를 주 2회 비 대면으로 전달하며 감염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시켰다. 나아가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문진표를 준비해서 건강 돌봄도 하기로 했다. 이러한 활동은 3월 말까지 진행했으며 모금이 계속 되면 그 기간을 늘릴 예정이다.

이러한 기획 과정에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의 큰 재난 현장과 이란, 파키스탄, 중국 스촨성 지진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했던 경험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장에서 만난 대구 남산동의 독거어르신 심00(85세)님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요, 내일모레 구십인데 그만 눈물이 나서 엉엉 울었어요. 고마운 마음을 대체 어떻게 전해야 할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한 달 넘게 집 밖을 거의 나서지 못했던 그분은 이날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었다고 했다. 또한 “허리가 아파서 가까운 마트조차 갈 수가 없었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서 너무 무서웠어요. 그런데 이 늙은이 건강을 걱정해주고 끼니를 제대로 못 챙길 까봐서 반찬을 가져다 준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울 뿐이에요.”라며 감사를 전했다.

남산종합복지관 배정심 선생님은 “코로나19로 공공의 재가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영양 상태가 나빠진 분들이 많아졌는데 고추장에 밥만 비벼 드시던 분들이 여러분들 덕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구호키트와 반찬세트 전달 뿐만 아니라 대구동상병원의 조언을 받아 만든 문진표에 따라 발열, 기침, 통증, 기저질환 등을 살피고 문제가 발견되면 의료진과 연계하는 건강 돌봄 서비스도 진행했다.

기획 단계에서 직원이 제안한 사항을 적용한 것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대구 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하는 모델로서,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지역 반찬가게 5곳에서 반찬 공급을 받은 것이다. 북구 지역의 한 반찬가게 업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에 손님이 많아야 5명이었어요. 매출이 80% 이상 떨어져 월세도 내지 못할 지경이었는데 협력처로 계약해서 그나마 버티고 있어요.”고 했다.

취약계층을 고용해 출장 뷔페 음식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미소나리도 혜택을 받았는데 인건비와 임대료조차 부담하지 못할 상황이었지만 이번 반찬 공급이 시작하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나는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마치고 상경 후 자가 격리 할 여건이 안 되어서 사람들과의 대면을 가급적 피하도록 노력하며 게스트하우스에 1주일, 야외 캠핑장에서 야영생활을 1주일간 했다. 군대 혹한기 훈련이 생각났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과 사람들과의 대면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심리적으로 묘한 상태를 겪게 했다. 하지만 이제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정상적인 삶으로 다시 복귀했다.

코로나와의 싸움에 혼신을 힘을 다하는 모든 분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정영일 (전 이랜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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