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일의 건강칼럼

 

최면술의 역사적 배경

최면은 극도의 의식 집중 상태로 유도되면서 평소의 의지로는 전혀 조절이 불가능한 생리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면을 통해 맥박이나 체온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최면 치료로 담배를 끊었다든가 체중을 줄였다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꽤 많이 있다. 최면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 등지에서 승려의(僧侶醫)들에 의해 치유 행위로 이용된 기록이 있는가 하면 아메리칸 인디언도 최면으로 통증을 치료하던 흔적이 있다. 그러나 근대 의학에서 최면술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700년대 말 독일 의사 프란츠 메스머(Franz Anton Mesmer)에 의해서였다. 메스머는 최면술을 이용해 다양한 신경 장애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신체로부터 환자의 신체로 자력을 옮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를 돌팔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의학적 목적으로는 보편화되지 못하였다. 처음에는 창시자인 메스머의 이름을 따서 ‘메스머리즘(Mesmerism)이’라고 부르던 이 시술법을 뒤에 영국의 안과 의사인 제임스 브레이드(James Braid)가 희랍어로 ‘잠’이라는 뜻을 지닌 ‘히프노스(hypnos)’를 따서 ‘히프노시스(hypnosis)’라 명명하였다. 

그러던 중 마취 기술이 소개되기 바로 직전, 일부 의사들이 최면술을 이용하면 수술하는 동안 환자를 붙들어 매거나 술을 먹이지 않고도 환자의 통증을 덜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테르 마취가 도입될 때까지 수년 동안 최면술은 마취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1800년도 중반에 인도에 살고 있던 영국인 외과의사 제임스 에스데일(James Esdaile)은 최면 마취를 이용하여 다양한 수술을 하였다. 

그가 행한 수술 중에는 종양의 제거와 팔, 유방, 음경의 절단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 후 일부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프로이드(Sigmund Freud)도 처음에는 최면술을 많이 사용하였으나 1890년대에 들어서서 자신의 심리 분석 이론에 치중하면서 멀리 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최면술은 나름대로의 위상을 가진 하나의 전문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55년에 최면술을 정식 의료 행위로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미국에서는 1957년에 겨우 20명 정도밖에 안 되던 최면술사가 1990년도 중반 무렵에는 약 4300 정도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약 15만 명 정도의 의사들이 최면 요법을 여러 가지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의학(서양의학)의 틀 안에서 사용하던 최면술은 주로 정신 이완, 통증 이완, 그리고 일부 마취에 국한되었었으나, 그 사용 범위나 적응증의 범위가 기존의 제도권의 틀 바깥으로까지 확대될 때 이를 대체의학적 요법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최면의 실제

최면(催眠, hypnosis)을 거는 장면을 보면 대개 이렇다.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있는 피술자 앞에서 최면 전문가가, 듣기만 해도 졸릴 정도로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몸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 . .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 . . 이제는 눈을 뜨려고 해도 떠지지 않습니다 . . .” 하는 식으로 최면을 유도한다. 그러면 피술자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이 되어 가지고는 최면술사의 지시에 따라 모든 행동을 한다.

성공적인 최면 상태로 유도하는 데는 피술자의 민감성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떤 사람들이 최면에 잘 걸릴까 하는 것을 알아내는 검사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눈의 흰자위를 이용하는 법이다. 피술자에게 눈의 흰자위를 되도록 많이 나오도록 하라고 지시했을 때 눈이 온통 흰자위로 덮일 정도로 검은자위가 눈 뒤로 사라져 버리면 그는 민감성이 아주 높은 사람으로 간주되고 또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아주 쉽게 최면에 걸린다.

① 최면술사와 피술자(최면을 받는 사람) 사이의 신뢰관계 ② 주의를 산만시키지 않는 편안한 환경 ③ 최면에 걸리고 싶다고 하는 피술자의 의지 등의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최면술의 임상적 응용

최면술이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뇌의 신경 경로를 활성화시켜 엔도르핀과 같은 천연 아편을 분비시키고, 이것이 면역계를 통해 우리의 행동, 통증에 대한 감각, 기타 다양한 주관적 증상들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추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몇 가지 객관적으로 확실하게 관찰되는 현상도 있다. 우선 최면을 받는 대상자의 호흡 조절과 이완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환자 또는 피술자에게 “긍정적인 사고와 행태”를 유발시킬 수 있고 ‘건강함의 질(sense of well being)’을 높여 줄 수 있다. 셋째, 손 발의 체온이나 맥박 수 같은 자율신경의 활동을 수의적(intentionally)으로 다소 조절할 수 있다. 넷째,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이나 예민성을 어느 정도 낮추어 줄 수 있다.

 

현재 최면술 전문가들이 치료 대상으로 삼고 있는 증상과 질병은 다음과 같다.

① 통증 ② 마취 ③ 스트레스의 감소, 그리고 스트레스와 관련된 증후군의 호전 (불면증, 천식, 과민성 대장 증후군, 알레르기 반응, 공포증, 불안증, 강박증, 히스테리, 오심 구토).

④ 전생 요법 (최면 하에서 기억을 퇴행/역행시키면 “전생의 기억”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이렇게 얻은 건강 정보를 이용하여 현재의 병을 치료하는 것), ⑤ 그 외 입덧, 분만, 비만, 야뇨증, 사마귀, 마비 환자 등에도 최면요법이 이용되고 있다.

최면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최면에 걸렸을 때 받은 암시가 최면에서 깨어난 후에도 계속되는 소위 “최면후 효과”가 생길 수 있다. 건망증이 최면 후에 저절로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시술자의 암시에 의해 나타나기도 하는데, 반대로 일상적인 능력을 뛰어넘는 기억 증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는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부정적 효과는 심신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최면도 제대로 해야 하고, 제대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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