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호의 정신건강

제공=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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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우리나라는 남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었다. 직설적으로 탁 털어놓고 말하는 것보다는 감으로 알아서 챙겨야 하며, 윗사람과 토론을 해서 결론을 내기보다는 눈치를 보면서 그 속마음을 짐작해서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니 눈치가 빠른 사람이 출세하기 쉬웠고, 윗사람의 복심(腹心)을 잘 알아서 처신하는 사람이 심복으로 크게 쓰임 받곤 하였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너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니?”, “눈치껏 좀 해라” 하며 강요하는 부모가 많았다. 눈치를 보는 것이 하도 중요하다 보니, 그 반작용으로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것이 마치 최고의 삶인 것처럼 여겨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를 쓰고 돈을 벌고, 권력을 가져서 남 눈치를 안 보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도 생겼다.

이래서 예전의 눈치를 많이 보던 세대와는 전혀 반대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하고 남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고 예의도 없으며 그야말로 뻔뻔한 부류의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의 특징인 양극화가 여기서도 일어나 한 편에서는 지나치게 남의 눈치를 보고 한 쪽은 눈치는 전혀 없이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건강한 삶은 아니다. 이 안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중의 한 쪽 극단인, 남을 배려하는 것이 지나치다 못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의 이목’인 사람들을 살펴보자.

그들은 항상 남들이 자신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지 의식하고 산다. 심할 때는 남들에게 근사하게 보이지 않을 것 같으면 외출도 하기 싫어한다. 열심히 몸단장을 하는 것도 오직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일 뿐이다.

밖에 나서면 남들이 자기에 대해 뭐라고 수군거리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남을 의식하는 것이 지나치다 보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더 민감해진다.

사람은 민감한 사람과 둔감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민감한 사람 중 긍정적인 부류는 자기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에 대해서 민감하다. 사소한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좋은 일이 있으면 행복에 겨워하고 즐거워할 줄 안다.

반면에 나쁜 일에 유난히 민감한 이들도 있다. 안 좋은 일이 벌어지기만 하면 큰일난 것 같이 야단을 부린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냥 설렁설렁 넘어가기 어렵다.

이와 달리 모든 것에 둔감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즐거운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냥 무덤덤하다. 별로 좋은 일도 없고 즐거운 일도 없다. 또 안 좋은 일에 대해서도 별 반응이 없다. 아주 힘든 일이 닥쳐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이렇게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서 사람은 다르게 보인다. 모든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아주 예민해 보이고 감정의 변화가 심한 사람으로 보이며, 매사에 무덤덤한 사람은 세상일과는 상관없이 유유자적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면 어떤 것이 행복을 부를 수 있는 삶의 자세일까? 남의 눈을 의식하는 많은 사람들은 보통 나쁜 일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다. 스스로 자기의 모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남들 앞에 서기 어렵다. 정작 남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음에도 스스로 안 좋아 보인다는 열등감 때문이다.

항상 남들이 어떻게 자기에 대해 말할까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어떤 말을 했을 때 그 사람 낯빛이 변했다면서 매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남들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살기 때문에 늘 신경은 곤두 서있다. 하지만 좋은 일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둔감하다. 아무리 좋은 일이 생겨도 그냥 누구나에게 생길 수 있는 평범한 일로 치부해버린다. 잘 해야 어쩌다 운이 좋아서 생긴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안 좋은 일에 대해서 민감하다면 좋은 일에도 민감해야 어느 정도 서로 벌충이 될 터인데 그러지 못하다.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을 수 있고 나쁜 일도 있을 수 있는 것은 인생의 진리이다. 그런데 좋은 일은 무덤덤하게 그냥 넘기고 나쁜 일에만 온갖 신경이 곤두선다면 어찌 사는 것이 편하겠는가?

행복이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장점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데에서 시작된다.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좋은 일에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해서 충분히 즐거워하고 기뻐하고 누릴 줄 안다. 반면에 나쁜 일에 대해서는 어쩌다 일어난 일이고 운이 안 좋아서 생긴 일일 뿐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자꾸만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내 삶에서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가? 무엇인가 사는 것이 편치 않고 사회생활과 대인 관계가 어려운가?

그동안 민감했던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는 좀 둔감해지고 그동안 둔감했던 장점들에 대해선 더욱 민감해보자. 이 세상 그 누구라도 단점만 갖고 있거나, 혹은 장점만 가진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얼마나 의식하고 살아가는가 하는 점이다. 스스로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 동안 놓치고 살아왔던 나의 장점들을 찾아보는 지혜로운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 월간 비타민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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