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사- 아홉 스님(2020)

<꽃은 알고 있다> 저자는 영국 식물학자이자 법의생태학자이다. 범인 몸이나 옷에 묻은 꽃가루를 분석해 범인의 이동 동선을 증명하는 일을 한다.

“아마 나는 내가 죽을 때까지 헌신적이고 심지어는 근본적인 무신론자라고 생각한다. 또한 인간은 화학과 물리학의 원리에 따라 존재하며 우리의 물리적인 존재는 언제나 그랬듯이 재활용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아홉 스님이 공사장 옆에 천막을 치고 3개월 동안 행한 동안거(冬安居, 불교에서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승려들이 바깥출입을 삼가하고 수행에 힘쓰는 일)를 기록한 다큐 영화 ‘아홉 스님’을 말하는데, 왜 식물학자의 이야기를 끌어들였을까? 1일 1식을 하고, 하루 14시간 참선을 하고, 목욕도 안 하고, 옷도 안 갈아입고, 오로지 깨달음을 얻겠다는 각오로 수행 정진했던 스님들의 말에서 심오한 경구를 기대했지만, 식물학자가 말한 화학과 물리의 세계 이야기만 쏟아냈기 때문이다.

아홉 스님이 말한 일들은 대략 이렇다. 밤이 너무 추워 신음소리를 내야 하는데 묵언 수행이라 참아야 한다는 것, 오전 11시에 밥을 먹고 나면 오후에 배가 너무 고파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절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나면 땀이 살짝 나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 어떻게든 살살 말려야 한다는 것, 커피는 하루에 1봉지만 허락되는데 몰래 2봉지를 넣고 타먹으면서 열량을 높였다는 것 등등이다. 그러면서 중간에 큰 기쁨이 있었던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고구마 피자와 초콜릿을 먹은 것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물질들이 섞이고 스미는 물리 화학 상호작용만이 우리 삶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어렵기만 한 불경들도 실은 이차적인 사유의 결과물일 뿐 우리가 항상 집중하는 것은 현재의 의식주라는 것이다.

목숨을 건 동안거를 마친 한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석 달 모습이 매일 똑같았습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참선하고 같은 시간에 공양하고 같은 시간에 청소하고, 마치 서로가 로봇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교에 ‘여여(如如)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게 한결같다는 말인데, 우리 모습이 그랬습니다.”

‘여여(如如)하다’는 실제로 깨달음의 세계를 말한다. 어려운 인식을 요구하는 부분이지만, 그 스님이 방송에 나와 한 말을 떠올리면 우리도 삶의 원리를 이해하는 수행을 일상에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나운서의 ‘수행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수행이란 서로 감사하고 좋은 감정을 내는 것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같은 높은 경지의 말보다 더 가깝게 다가와 박힌 이 말이 우리 삶의 진짜 원리일 수도 있다. 고맙고 감사한 말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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