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호의 정신건강

 

타고난 성품은 어쩔 수 없다고들 흔히 이야기한다. 실제로도 어떤 아이는 어려서부터 순하고 말도 잘 듣고 아주 좋은 성품으로 잘 크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키우기가 너무 어려워서 어머니가 탈진할 정도가 되기도 한다.

밤에는 울고 낮에는 칭얼대고 음식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 부모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제대로 훈육을 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는 수가 많지만 사실 이런 기질은 대부분이 유전으로 결정된다. 즉 태어날 때부터 이미 좀 키우기 어려운 아이의 기질이 있다.

 

그렇다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것도 기질이 결정하는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을 결정하는 것도 50% 정도는 유전에 의한다고 한다. 나머지 중에서 10%는 교육, 결혼, 수입, 환경 등과 같은 주변 여건이 결정을 하고 약 40% 정도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한다. 이미 반 정도는 유전적으로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큰 수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뒤집어 본다면 모든 것이 유전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님을 강하게 웅변하는 것이다.

 

완벽하게 행복한 유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불행한 유전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유전자는 스스로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지만 우리가 행복한 삶을 위해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40%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좀 더 벌면, 결혼을 하면, 공부를 좀 더 해서 좋은 학위를 받으면, 안정된 직장이 생기면, 자녀가 생기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모든 환경적인 부분은 전체 행복 중에서 고작 10%에 불과하다. 모두 합해봐야 10%밖에 되지 않는 것에 인생을 소모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결정하는 큰 몫인 40%에서 최대값을 뽑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낙관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낙관성 유전자를 타고 나고 낙관적인 부모에게서 양육을 받은 사람은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비관적인 유전자를 타고 나고 비관적인 부모에게서 양육 받은 사람도 훈련과 교육에 의해서 후천적으로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다.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낙관주의는 본인이 경험한 것에 의해서 생긴다. 대단한 성공을 이루어야 낙관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겪는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느냐가 한 사람의 낙관성을 만들어낸다. 학교 시험에서 통과한 것, 자동차 면허 시험에 붙은 것, 프로젝트를 제대로 해 낸 것, 친구들과 잘 지내게 되는 것, 동네 축구 경기에서 이기는 것, 컴퓨터 게임에서 이기는 것 같은 아주 사소한 것도 이런 낙관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러한 경험을 반복하며 “내게는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우리는 삶의 길에서 부딪는 많은 일에서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다. 진정한 낙관성은 늘 성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임을 믿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런 믿음이 형성되기 시작한다면 결국 그 사람은 행동을 하게 된다. 즉 낙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행동을 한다.

공부를 잘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시험에 한 번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더 한다. 공부를 좀 더 하다보면 성적이 좀 더 나오게 되고 ‘역시 나는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되며 이것을 믿을 수 있다면 낙관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비관주의자는 몇 차례의 비관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실패하고 안 되고 낙망하고 떨어지고... 이런 것을 몇 번 경험하며 ‘아, 나는 안 되는구나’라고 믿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일이 닥치면 ‘나는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 일은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나는 안 돼.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안 돼...’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게 된다.

이런 믿음은 단지 이번 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 확산이 되고 자신이 살아왔던 모든 과거를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또한 자신의 주변 환경을 모두 비관적으로 보고 앞으로 자신의 모든 삶에 대해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비관주의의 마지막 길인 우울증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결코 한번 생각하고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과 자세가 쌓이고 넘치고 번져간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 변화의 물길을 타고 행복이 흐르게 될 것이다. 삶에 낙관성이 넘치는 사람은 비관성이 가득한 사람보다는 훨씬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마음먹은 대로 모든 것을 다 이루지는 못한다 해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긍정학교 교장)

 

월간 비타민 일부 발췌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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